앵커 : 북한에 투자한 외국기업들은 북한 당국에 의해 투자 자본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법령을 정비한다고 하지만 투자기업을 옥죌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북한체제의 특성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평양의 봉제공장에 봉제설비를 투자해 의류를 생산하고 있는 조선족 사업가 이 모 씨는 6일 “회사 명칭은 물론 기업형태도 북한기업 운영 방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설명했습니다.
북-중 합영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상식에 맞지만 그럴 경우 기업 소득세 등 각종 세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합영기업 형태로 운영한다 해도 지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회사경영에 외국 투자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얘깁니다.
이씨는 또 외국인이 합영기업을 운영하다 철수할 경우에도 보유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매매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의 보유지분이 얼마인지 따지는 게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합영기업이 아닌 북한기업을 그대로 둔 채 운영하고 있다고 이씨는 덧붙였습니다.
과거 평양에 봉제공장을 설립하고 약 5년간 운영했다는 재미동포 김 모 씨도 “일단 북한에 투자하고 나면 그때부터 그 투자지분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철수하기 전에 기업을 잘 운영해 투자금액 이상을 뽑아내는 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투자한 중국 사업가들도 이와 비슷한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사업에 고가의 장비를 투자해도 실제로 채굴과 생산은 북한 대방이 주도하게 되며 투자자에게는 생산된 자원의 일부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합영기업 중 힘있는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개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하는 실정이라는 얘깁니다. 중국 내 대북 관측통들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북한 체신청’과의 동업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법령을 정비하면서 외국 투자자들에 손짓하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고 북한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 당국이 언제든지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투자기업을 옥죌 수 있고 결국 투자금만 날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