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북한 영화계가 외국과의 공동 제작에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만 두 편의 영화를 국제영화제에 내보낼 만큼 성과를 거두었다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경제난 때문에 자체 영화 제작에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8일 북한과 중국이 최초로 합작해 만든 예술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이 한국의 광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녹취/ 북중 합작영화: '평양에서의 약속'의 한 장면
중국 여성 무용수가 북한을 여행하는 과정에 북한 무용수들과 맺은 우정을 형상한 '평양에서의 약속'은 지난 4월과 6월 베이징과 상하이 국제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과 영국, 벨기에(벨지끄) 제작진이 합작해 만든 예술영화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는 지난 10월 10일 한국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녹취/ 북한·영국·벨기에 합작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의 한 장면
북한 영화계가 이처럼 해외 영화사들과 공동으로 제작하려는 움직임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 더 가시화 될 전망입니다.
외국 문물을 접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영화의 다변화를 위해 외국과의 영화교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북한이 해외 영화사들과 공동제작에 나서면 영화예술의 현대화나 흥행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외국 영화사와 합작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현대적 영화 예술을 습득하고, 경제난으로 인해 부진한 영화 산업을 추켜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 영화는 선전용으로 이용되면서 흥행성과는 거리가 멀고, 경제난으로 인해 올해도 몇 편 찍지 못했습니다.
2008년에 미국에 나온 한 평양출신 탈북자는 "조선영화 촬영소에서 돈이 없어 1년에 영화 몇 편을 찍지 못한다"면서 "영화 촬영할 때 촬영기를 여러 대 설치하고 각도에 따라 찍어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촬영기가 모자라 배우들이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하고, 심지어 배우들이 옷이 없어 다른 사람한테서 빌려 입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 영화배우의 경우, 영화를 찍기 전에 의류 회사들이 광고를 위해 너무 많이 후원해주어 어떤 옷을 입을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지만, 북한 배우들은 후원받는 옷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영화 제작진은 제작비용이 없어 영화의 주인공을 뽑는데도 돈을 얼마나 내는 가에 따라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탈북자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자면 휘발유표나 달러를 바쳐야 한다"면서 "평양에 있을 때 미화 200달러를 내고 조연으로 출연한 여자 배우를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영화배우들도 한번 뜨기 위해 연출가들과 사업을 해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또 영화배우들을 키워내는 평양영화 연극대학에도 평양시 거주를 목적으로 입학하는 부유층 자녀들이 많아 예술적 기량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북한 영화 사정에 밝은 또 다른 탈북자는 "북한의 배우들이 세련된 연기를 보이자면, 외국영화도 많이 봐야 하는데, 북한 영화촬영소에서는 1주일에 한번 정도 외국영화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