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신뢰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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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영국 정부가 선출하는 장학생에 뽑혀 영국에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한 오세혁 씨는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 외무성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 내 탈북자를 대상으로 제공한 쉐브닝 장학금을 받고 지난 2일까지 1년 간 영국 셰필드대학교(Sheffield Univ.)에서 국제개발학(Globalization and Development)을 공부한 오세혁 씨는 북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의 일관성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세혁 씨: 전 석사 논문의 (주제로) '경제정책'을 잡았고요. 제가 북한 정부한테 말하고 싶은 것은 "뭔가 한 가지 정책을 발표하면 좀 일관성 있게 꾸준하게 해서 효과를 보여야 국민들한테 신뢰를 얻고 (북한이 그토록 투자해주길 원하는) 외국인들한테도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거창하게 "정치를 개혁해라" 그런 얘기보다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네요.

오세혁 씨는 영국 유학 전 한국에서 북한의 ‘개발’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에서 일한 경험으로 영국에서 이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오 씨는 공부를 하면서 북한 당국이 2002년 경제개선조치나 2009년 화폐개혁조치 등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정책을 발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않아 국민과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 국가 정책이라고 발표해 놓고서 집행을 할건지 안 할건지 믿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북한이 그렇게 안타깝게 원하는 외국 투자도 못 받아 오는 거예요. 그렇게 거짓말만 하고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키는데 누가 (투자를) 하고 싶겠어요.

오 씨는 특히 국제 기구나 민간단체들이 북한과 기술교류, 문화교류 등 인적 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 북한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씨: 북한은 특히 남한과 달리 부정부패가 많고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도덕적 기준이 매우 미약합니다. 저도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이런 차이점을) 많이 느꼈는데요. 남한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개인이 각자의 삶의 방식, 생각하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인데 북한사람들은 그게 없어요. 북한이 어느 정도 문이 열려 개방이 된다면 북한 사람들이 NGO 등 국제 단체와 같이 일하면서 "이 사람들은 이런 신념을 갖고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것을 배우는 거죠. 저는 이러한 NGO 민간단체의 역할에 관심이 있습니다.

1999년 탈북한 오 씨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북한에서 전문학교를 다니다 온 20대 초반의 오 씨는 한국 정착 초기에는 공사판 등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착 후 10여 년 만에 오 씨는 한국과 영국 정부의 도움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학과와 한국 명문사립 고려대학교 정치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영국 셰필드대학(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국제개발학을 전공하는 등 3개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오 씨: 영국 정부가 탈북자들이 기회가 주어져 열심히 노력하면 한반도 통일에 많은 부분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탈북자를 위한) 장학금이 주어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국 정부가 북한과 달리 어떤 것을 공부하라고 정해주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정치적 이념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생각을 하면서 나의 미래와 북한, 한반도 통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오 씨는 자신의 유학을 위해 영국 정부가 학비와 생활비까지 지원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며 통일 한국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