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돈 많이 드는 동계 스포츠 종목 해산

앵커: 김정일 시대에 해산되었던 북한 겨울 체육 종목이 여전히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에 체육강국 건설이라는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88개국에서 온 6천명의 선수와 수행원이 참가한 소치동계올림픽 대회,

역대 최다 국가와 선수가 참가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북한 선수들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고, 각 국제연맹으로부터 와일드카드, 즉 자격을 갖지 못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기 참가기회도 부여받지 못해 결국 12년 만에 동계 올림픽에 불참하게 됐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 체육계 사정에 밝은 탈북자들은 "김정일 시대에 등한시 되던 겨울철 체육종목이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탄식했습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미공급 시기에 북한이 빙상 스케이트 팀을 해산시켰다"면서 국가종합팀 스케이트 감독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어렵게 살았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몇 년 전 미국에 입국해 사는 이 탈북자는 식량난 시기 북한당국이 체육단 자체로 국제경기 출전 자금도 마련하라는 방침을 내리자, 겨울종목을 유지하고 있던 일부 체육선수단이 겨울철 스포츠 종목부터 퇴출시켰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평소 스케이트와 빙상 호케이(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빙상관에서 훈련시키고, 경기를 앞두고 삼지연 지구에 이동해 전지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 종목은 스케이트와 스키, 운동복 등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고, 얼음판 유지에도 돈이 많이 들어 겨울종목을 등한시했습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사는 북한 체육선수 출신의 탈북 여성은 "겨울철 스포츠는 고가의 체육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 실정으론 엄두도 못낸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여성 : 겨울에는 추우니까, 모든 장비, 스키 같은 것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가지고 사용해야 하는데, 그만큼 외국에서 들여오자면 돈이 드는데, 스포츠 같은 것은 안중에 없죠.

이 여성은 "북한이 겨울철 스포츠보다는 권투나, 력기(역도) 등 40~50키로 그램급 경량급 체육종목만 집중 발전시켜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정권 들어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는 등 겨울철 스포츠 발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김정은의 개인적인 취미에 불과하다고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티우 총장은 말합니다.

스칼라티우 총장: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이 어렸을 때 스위스 중학교 때 그때 목격했던 것을 북한에 심으려고 하는데 이것은 김정은의 놀이터로 볼 수 있죠.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장성택의 처형도 북한의 체육강국 건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겨울철 종목이 국제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서 동계스포츠 종목이 다 사라진 건 아닙니다.

북한은 해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 되면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를 조직하고, 피겨와 빙상호케이(아이스하키) 경기를 벌여 김 씨 일가 우상화에 이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