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국에는 북한을 연구하는 북한학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남북관계 악화로 학생들의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학과를 폐지하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하는 대학이 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이 붕괴하고 동유럽이 민주화가 되던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선 북한에 대해 바로 알자는 운동이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학문적 차원에서 북한을 연구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그런 가운데 1994년 동국대가 최초로 북학학과를 개설하고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명지대와 관동대, 고려대 등 6개 대학에서 잇따라 북한학과를 개설했습니다.
때마침 남북관계가 좋아지면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북한학과 학생들의 사회 진출도 활발했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경색의 길로 돌아섭니다.
경색된 남북관계는 4년 넘게 이어왔고,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급기야는 명지대 등 몇몇 대학에서 북한학과가 폐지되고, 나머지 대학들도 정원 감축이나 통폐합을 거쳐 현재는 동국대와 고려대 두 곳만 북한학과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동국대도 북한학과를 내후년부터 연계전공으로 전환하는 학문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학과가 없어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학교 당국이 북한학과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취업률과 학과 선호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동국대 한 관계자는 1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사회적으로 수요가 높은 학문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대신, 인기 없는 학과는 점차 퇴출한다는 게 학교의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생들의 학과 지원율을 생각해야 하는 학교 당국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북한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학교 당국의 이 같은 설명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진, 동국대 북한학과 재학생
] 한국에서 북한 문제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거잖아요. 앞으로 개성공단이라든지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을 잘 아는 전문가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그런 것을 간과하고 단순히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과를 없앴다는 것은 북한 전문가 양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폐지하느냐 아니면 통일 연구의 명맥을 위해서 유지하느냐 북한학과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