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의 '새 경제관리체계' 도입을 계기로 개혁, 개방 가능성이 새삼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 정권이 경제 개혁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는 '북한식 발전 모델'을 찾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내부적으로나마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이랄 수 있는 계획 경제와 배급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새 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식 북한 경제 회생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외화 고갈과 심각한 재정난에 처한 북한 수뇌부는 일단 최근 들어 경제 개혁, 개방에 관한 긍정적인 발언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2일 중국식 경제 개발 구상인 ’샤오캉 사회’를 언급한 데 이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7일 베트남, 즉 윁남 방문 때 베트남식 개혁 개방인 ‘도이모이’ 정책의 경험 전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2000년 대 중반 북한 경제관료들이 중국은 물론 베트남식 개혁 개방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끝났다고 공공연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당시 중국에서 한국 측 전문가들과 만난 북한의 경제 관료들이 “베트남, 중국, 동유럽 모두 다 세밀하게 관찰해서 보고서를 올렸다”면서 결국 결심은 상부에서 하는 거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경제 개혁, 개방 조치 도입이 북한 수뇌부의 결단의 문제였다는 겁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창용 교수는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북한식 발전 모델’을 구상중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최창용 교수: 경제분야에서 개혁 개방을 했을 때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북한 정권 차원에서 경제 개혁이 정치적인 불안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를 계속 고민중인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정권의 안전을 담보한 상태에서 위기에 처한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북한식 발전 모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여서 북한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도 현재 북한 당국이 취하는 조치를 개혁, 개방으로 보기 보다는 일부 규제 완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실제로 북한 당국이 취하는 조치를 보면 (개혁, 개방이 아니라) 의중이 다른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북한 당국이 재정난에 빠져서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 거고, 그와 관련해 몇 가지 규제를 완화한 거죠. 그게 중국식 개혁개방이니 베트남식 개혁개방이니 하는 건 너무 많이 나간 것 같습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에 실리는 경제관련 기사도 내용 면에서는 개혁적이라기 보다는 계획경제, 노동력동원, 경제관리강화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식 경제 개발 모델’을 고민해온 북한이 내 놓은 ‘김정은식 북한 경제 회생안’인 새 경제관리체계가 과연 안착할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