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비핵화 예산 전액 삭감

미국 의회는 행정부가 대북 에너지 지원용으로 배정한 예산을 포함해 북한의 비핵화에 사용할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하원의 세출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어 2009회계연도의 전쟁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우선 북한에 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해 국무부가 요청한 9,500만 달러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대북 에너지 지원용으로 배정된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결정한 이유로 먼저 북한이 지난 4월5일 미사일을 발사해 유엔 안보리의 결의 1718호를 위반한 점을 들었습니다. 세출위원회는 또 4월14일 북한 외무성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불능화한 핵 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북한이 미국 여기자 2명을 계속해서 억류 중이어서 대북 지원용으로 계상된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국무부는 6자회담 3단계 합의의 이행에 맞춰 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중유 또는 이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경제지원기금(ESF) 항목으로 9,500만 달러를 추경을 통해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세출위원회는 "여전히 한반도의 비핵화와 6자회담의 틀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만약 북한이 협상장으로 되돌아오고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준수한다면 그때 가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와 관련한 추경 예산안을 1차 심의했던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의 외교분야소위원회 리타 로우이 위원장도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길 희망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로우이: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협력할 의지만 분명히 밝힌다면 북한과 함께 일할 준비가 확실히 돼 있다.

세출위원회는 또 에너지부가 산하의 국립 핵안보국(NNSA)을 통해 북한의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폐기하는 작업용으로 요청한 예산 3,450만 달러도 전액 삭감했습니다.

세출위원회는 “최근 북한이 미국 기술자를 추방하고 사용후 핵 연료 처리와 관련한 협력을 중단해 현 시점에서 예산 요청이 불필요하게 됐다”고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오비: 분명히 밝히 건데 이 예산은 북한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비핵화 작업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br/>

그러나 위원회는 “미국이 (핵시설 불능화와 관련해) 북한의 협력을 다시 확보하고 작업이 재개되면 에너지부가 관련 예산을 다시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해 북한이 핵 폐기 약속을 이행하는 데 맞춰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편 세출위원회는 7일 추경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애초 국무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요청한 1억4,200만 달러 중 에너지 지원용 예산 9,500만 달러를 제외한 비확산과 군축기금(NDF) 항목의4,700만 달러도 절반을 삭감했습니다.

그러나 마크 커크 의원을 포함해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이 회의 도중에 “북한이 당장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없는 데 2,350만 달러를 배정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다른 분야로 돌려야 한다고 요구해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데이비드 오비 하원 세출위원회 위원장이 나서 나머지 2,350만 달러도 북한의 비핵화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오비: 분명히 밝히 건데 이 예산은 북한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비핵화 작업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의회 사정에 밝은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현재 의회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하원 세출위원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예산이 본회의나 상원 심의 과정에서 되살아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7일 하원 세출위원회를 통과한 총 규모 967억 달러 규모의 추경 예산안은 하원 본회의를 거친 뒤 상원과 협의를 통해 빠르면 이달 안에 최종 예산으로 확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