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미국의 ‘핵태세 검토 보고서’ Q/A

미국 행정부는 6일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남겨 놓았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크게 제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NPR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대상에서 북한과 더불어서 이란을 제외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행정부가 발표한 NPR (Nuclear Posture Review)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NPR은 특정의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는 첫해에 발표하는 핵과 관련한 종합 보고서입니다. 미국 행정부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5-10년 동안의 핵무기 정책과 예산을 편성합니다. 6일 발표된 NPR은 1994년의 빌 클린턴 행정부, 2001년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어 냉전 종식 후 세 번째로 나온 보고서입니다. 이번의 보고서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한 ‘핵무기 없는 세상’이란 목표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를 크게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NPR 발표에 즈음해 “새 핵 정책의 목표는 어떤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지에 관한 모호성을 없애는 데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미국이 NPR을 발표하면서 핵 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는 북조선을 언급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북조선에 관해서는 어떤 내용이 NPR에 들어갔습니까?

기자: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습니다. 이번 NPR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가맹국으로서 이 조약의 의무를 이행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선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앞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대상은 NPT를 탈퇴하거나 위반하지 않은 국가여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과 이란은 NPT를 탈퇴하거나 위반한 국가여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미국은 NPR에서 NPT에 가입한 비핵보유국이 미국과 동맹국을 생화학무기로 공격을 해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경우에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미국이 북조선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은 어떤 뜻입니까?


기자: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조치는 북한이 진행하려는 핵개발계획을 경고한다는 의미가 우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한 상태에서 핵무기를 가지고 적대 행위를 할 경우 압도적인 핵전력을 갖고 북한을 공격하겠다는 경고입니다. 또 미국은 새 핵 정책을 천명한 가운데에서도 동맹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계속 준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특히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줄인 데 대해서 우려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북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대상에 집어 넣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미국의 새 NPR이 조선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전망할 수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이에 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무기 사용을 크게 제한한 미국의 새 NPR이 나왔어도 북한은 이미 NPT를 탈퇴한 데다 핵실험을 두 차례나 해 미국이 핵무기로 공격할 대상으로 계속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조선은 미국의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에 핵무기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적어 지며 미국과 양자회담 또는 6자회담을 한다 해도 시간을 벌면서 궁극적으로는 핵무기의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전망됩니다. 반면 한국은 북조선이 핵 전력을 증강하고 핵 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하면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를 보유할 수가 없는 상황에선 미국의 ‘확장된 핵 억지력’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앵커:

오마바 행정부가 발표한 NPR의 의미는 넓게 짚으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의 핵 정책을 대폭 수정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의지가 담겼다고 보입니다. 앞으로 핵무기의 비확산 체제를 만들겠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NPT를 근간으로 해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4년 내로 전세계 핵물질의 방호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NPT에 가입해 의무를 준수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선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가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으면 핵무기로 반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이와 동시에 핵무기를 감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계속 반기를 드는 북한과 이란을 묵과하지 않고 두 나라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뜻도 나타냈습니다.

앵커:

미국은 8일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러시아와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체결해 핵무기 감축에 새 기원을 이룩했습니다. 이것이 북한의 비핵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은 미국과 러시아의 조약 체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핵무기 감축을 내용으로 하는 이 조약에 근거해서 6자회담이나 NPT 평가회의에서 북한에 핵 포기를 촉구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감축을 향해서 나가는 국제사회의 이런 경향을 완전히 무시만 할 수는 없다고 보입니다. 물론 북한은 대폭적으로 감축된 미국 핵무기가 아직도 위협이 된다면서 핵 개발을 계속한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는 있습니다.


앵커:

북한과 핵 문제로 갈등을 빚는 미국은 북한 핵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경향입니다. 이미 미국 군부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3월 30일 캐나다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주요 8개국(G8) 외무장관 회담이 끝난 뒤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란에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두 표현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미국의 핵우산에 더욱더 의존해야 하는 한국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창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마냥 반길 처지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잠시 말씀을 드린 대로 한국은 미국이 이번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크게 줄인 점을 우려합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핵우산이 약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대치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우려할 사안입니다. 앞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안보 수단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미국의 NPR과 북한의 핵 보유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