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 결산 Q/A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 물질이 테러 단체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 체제를 구축하는 정상 선언과 실행 계획을 채택하고 끝났습니다. 이번 회의는 테러 단체 같은 ‘비국가 행위자’의 핵 테러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북한 핵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회의는 북한에 부담을 주었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핵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가 어떤 성격의 모임인지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핵안보 정상회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창으로 출범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을 통해 핵 테러를 국제 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앞으로 4년 이내에 전 세계의 취약한 모든 핵 물질을 안전하게 방호하기 위한 국제 노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정상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방안의 하나로 개최됐습니다. 12-13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2010년 회의에는 핵 물질의 보유량, 원전 운영의 현황과 도입 계획, 지역 배분 등을 고려해서 뽑힌 47개국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 등 3개 국제 기구가 참석했습니다.


앵커:

워싱턴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주로 어떤 문제를 다루었습니까?


기자:

핵 물질이 테러 단체에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통제 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두 차례 회의를 통해 21세기를 맞아 핵 테러가 최대 위협이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마다 핵 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방호 체제를 갖춰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전문과 12개 조항으로 이뤄진 정상 선언은 통제권 밖의 핵 물질을 4년 내로 안전하게 통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위해 각국은 핵 물질이 흘러나갈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로서 고농축 우라늄 원자로를 저농축 우라늄 원자로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또 핵 물질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도 명시해 신흥개발국의 입장도 배려했습니다.


앵커:

이런 총론적인 성과 외에 각론적인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각론적인 성과도 물론 있었습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의 개막에 앞서 2012년까지 고농축 우라늄(HEU) 전량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선언은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가 있는 플루토늄 추출물이나 고농축 우라늄 등 핵 물질의 안전 확보를 목표로 하는 이번 회의의 첫 구체적인 결실로 꼽힙니다. 칠레는 지난달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18킬로그램을 미국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이 핵안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보유 핵무기와 핵 물질에 대한 적절한 안전 장치를 갖고 있다”며 핵 물질의 안전을 약속했습니다. 이밖에 미국 국무부는 이번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러시아와 미국이 무기급 플루토늄을 34톤씩 감축하는 협정에 13일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런 가시적인 성과에 따른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기자:

이번 제1차 정상회의가 합의 도출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의제를 핵 테러에만 국한해 핵 군축, 핵 비확산 등과 같은 다른 핵심적인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핵 물질의 통제만 논의했을 뿐 핵 물질의 생산에 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뉴욕 타임즈는 11일 오바마 대통령이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와 한 회담에서 핵 물질의 생산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회의의 다자대화에서는 핵 물질의 통제를 논의한 반면 양자대화에서는 이란 핵과 같은 핵 확산을 다루었습니다.

앵커:

이번 회의의 특이 사항은 한국이 국제 사회의 예상을 깨고서 제2차 정상회의의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점입니다. 이것의 의미와 배경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한마디로 한국의 위상 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올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담에 이어 이 회의까지 유치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당사자로 위상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결정된 배경에는 한국이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핵의 긍정적 부분과 북한 핵과 같은 부정적 부분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과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역량까지도 갖고 있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고 보입니다.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이런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은 북한에 대해 상당한 압력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외에도 핵안보 정상회의를 유치해 원전 건설을 위한 수주를 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국가의 절반 이상이 원전이 없거나 원전을 건설하는 기술을 갖지 않았습니다. 개최지 결정의 배경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게 회의 개최를 적극적으로 타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2차 핵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할 최적지로 판단했다고 보입니다.

앵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이 차기 정상회의의 개최지로 결정된 직후에 기자 회견에서 북한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이 대통령은 13일 “북한이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포기하는 확실한 의사를 표시하고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 가입해서 합의 사항을 따를 경우 북한을 제2차 회의에 초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대통령은 “핵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핵 확산을 막아야 한다. 거기의 중심에 북한이 물론 들어가 있다”며 “이 회의가 그런 나라의 핵을 막는 데 굉장한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은 비핵화 권유와 촉구입니다.

앵커: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기자:

워싱턴 정상회의의 초점이 테러 단체를 지칭하는 이른바 ‘비국가 행위자’에다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의는 북한이나 이란처럼 핵 야망을 갖고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개발하려는 나라에 관한 문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이 회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핵안보 정상회의가 염려하는 사항 중의 하나가 핵 기술의 이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핵 물질이 테러 단체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통제 체제를 갖추기로 한 정상회의의 결정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무기감축협정의 후속 협정에 서명한 데 이어 열린 이번 정상회의는 다음달 뉴욕의 핵무기전파방지조약의 평가회의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런 일련의 협정과 회의는 핵무기 확산의 방지를 기조로 합니다. 이것은 북한이 추구하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회의 폐막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이 점을 의식해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 6자 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핵안보 정상회의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