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앞으로 조만간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남북 비핵화 회담과 관련해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한국 정부는 일단 북한 측이 남북 비핵화 회담을 제안해오면 받아들인다는 입장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 측은 기본적으로 핵문제는 미국과 논의할 문제라면서 오래 전부터 한국 측을 핵 관련 회담 상대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왔는데요. 이에 대해 한국 측은 한반도 핵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이 북한과 당연히 핵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중국의 우다웨이(무대위)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한 간 비핵화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중국 측 발표를 한국 정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정식으로 비핵화 회담을 제안하면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입니다.
문: 그렇다면 남북한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 측 사과 문제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답: 네, 문제의 핵심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다면 거기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문제를 거론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요. 다시 말해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만 논의하고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도발 문제는 지난 2월 열렸던 남북 군사회담 등과 같이 따로 논의할 것이냐 아니면 이번 비핵화 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한국 정부 관리는 일단 그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관리들은 북한의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관련한 사과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직접적인 조건은 아니지만 6자회담 재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요. 일단 중국도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한 핵 관련 대화와 미북 접촉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상황이고요. 또 미국도 남북대화가 우선이고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을 보일 때, 다시 말해 6자회담을 열어서 진전이 있겠구나 하는 전망이 가능할 때 6자회담을 재개하자는 입장입니다.
문: 앞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 사과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답: 이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 부처 사이에도 미묘한 시각차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6자회담의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과 비핵화 문제는 분리해서 논의하자는 입장에 더 가깝고요. 통일부와 청와대 측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풀리지 않으면 비핵화 남북대화도 진전되기 어렵고 따라서 그 이후 미북 간 접촉이나 6자회담 재개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정리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남북 비핵화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지 여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고요. 통일부의 현인택 장관은 같은 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지한 태도가 없으면 남북대화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초 특별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저질러 놓은 일(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은 북한과의 모든 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그래야만 6자회담도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와 청와대의 이 같은 기류는 현 시점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과 비핵화 회담이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한국이 입장을 취할 경우 과거 도발행위에 대한 반성 없이 대화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북한 측에 줄 수 있다는 데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문: 이 문제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나 한국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일단 북한이 중국 측과 남북 비핵화 회담을 하겠다고 합의한 것은 한국 정부의 우려대로 천안함, 연평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미북 접촉에 이어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대표는 18일 남북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분리 가능성에 대해 “아주 잘못된 경향”이라며 “남북 관계의 건전한 정상화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데다 한국이 이 문제로 인해 북한의 비핵화 관련 진전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생길 가능성도 한국 정부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현재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 연구원으로 나와 있는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의 류길재 교수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류길재:
첫 번째 문제는 천안함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고 두 번째는 국제사회의 인식 특히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완벽히 천안함, 연평도 문제와 비핵화 논의를 분리하는 것도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두 사안을 강하게 연계시키면 두 문제 모두 진전을 볼 수 없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신축적이고 느슨하게 연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여하간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북한 측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남북 비핵화 회담을 분리해서 대응한다 해도 이 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책임 인정이 없으면 남북 비핵화 회담도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고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될 전망도 어두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요. 더 핵심적인 문제로 전문가들은 과연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나 미북 접촉 과정에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또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잠정 중단 같은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일 지 여부를 꼽고 있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양성원 기자와 함께 남북 비핵화 회담과 북한의 도발 사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