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은 과거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실험까지 단행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까지 강행할지 주목됩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2006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 석 달 만에 처음으로 핵실험을 단행했고 2009년 4월에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한 달 만에 2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북한의 핵실험 실시가 임박한 정황은 당장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단순한 일회성 상황이 아니며 핵무기 개발을 위한 장기적 도발 수단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3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이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겠지만 물리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상태는 돼 있는 것으로 본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닉 한센 연구원은 앞서 지난 7일 북한이 로켓 발사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3차 핵실험에 나설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로켓 발사로 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해 자국의 협상력을 크게 높인 만큼 당장 핵실험까지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신범철 북한군사연구실장의 말입니다.
신범철 실장: 핵실험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국이 미사일 발사는 용인할 수 있어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대북입장을 더 강경하게 할 것이고 김정은도 위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핵실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당장은 협상용으로 봅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당장 핵실험 강행에 나서기보다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뒤따를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3차 핵실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고유환 교수: 지금으로서는 (한국, 미국, 중국의) 권력교체기 때 북한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다 해놓고 협상력과 억지력을 갖춘 후에 새로운 정부들과 협상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제재를 풀 것이냐 아니며 핵실험을 방관할 것이냐는 양자 택일을 강요하면서 3차 핵실험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이 한국에 들어서는 새 정부, 또 내년 초 출범하는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태도를 관찰한 후 추가 도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나 한국도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한 제재 국면을 마냥 길게 끌고 갈 순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어느 정도 확인된 가운데 북한의 3차 핵실험까지 허용하면 이는 미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기 때문에 당장은 대북 제재에 나선다고해도 내년 상반기 초쯤에는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신범철 북한군사연구실장도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로 미국이 북한에 관여정책을 펴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실장: (미북대화가)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 재개의 모멘텀(추진동력)은 있다고 봅니다.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관여정책(engage)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신범철 실장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12일자 보도를 거론하면서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 당국이 추가 도발보다는 우선 본격적인 경제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조선신보는 “실용위성의 발사와 보유는 인민들의 애국적 열의를 발동시켜 경제부흥전략을 전면적으로 수행해나가는 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동국대학교의 고유환 교수도 북한 당국이 이번 로켓 발사 이후 ‘인민생활 향상’을 기치로 주민들을 대규모로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