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소식]北 여자축구 첫 승전보

2008 베이징 올림픽은 공식적으로는 8일에 시작되지만, 사실상 올림픽은 벌써 시작된 거나 다름이 없어 보입니다. 현지시각으로 6일 오후 5시 톈진 올림픽센터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캐나다간에 벌어진 여자축구를 시작으로 이번 올림픽의 대단원의 막이 올랐습니다.

남북 모두가 관심을 가진 경기가 또 있었죠. 심양에서 열린 북한 여자축구경기였는데요. 현지에서 박성우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박성우:

네. 심양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여자 축구 경기가 끝났지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현지시각으로 오후 7시45분 심양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렸는데요.

북한이 여자축구 F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김경화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를 1-0으로 물리쳤습니다.

역시 수비가 탄탄했습니다. 북한 선수들, 나이지리아의 공격을 강한 수비를 기반으로 막아내면서, 전반 27분 빠른 역습으로 선제골을 뽑아냈습니다.

진행자:

골 장면은 어땠나요?

박성우:

네. 리은숙 선수가 페널티 지역 바로 앞에 있던 리금숙 선수에게 공을 줬구요, 리금숙 선수와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서 타투는 사이에 공이 뒤쪽으로 흘렀습니다. 이걸 김경화 선수가 달려들면서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8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거군요. 북한이 속해있는 조가 F조..인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여자 축구는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서 조별리그를 치르게 되구요. 각 조의 1, 2위 팀 여섯 팀, 그리고 3위팀 두 팀이 8강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치뤄집니다.

이 중에서 북한은 말씀하신대로 F 조에 속해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는 어찌보면 좀 쉬웠어요. 세계축구협회 (FIFA)에서 순위가 24위거든요. 북한은 6위 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9일에 맞붙을 같은 조의 브라질은 4위 입니다. 그리고 독일은 2위 입니다. 어느 경기 하나가 쉬운 게 없을 정도라는 평갑니다.

때문에 북한은 오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선 이기는 게 필수였고요. 브라질이나 독일전 가운데 하나를 더 이겨야 8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자 그런데, 어쨌든, 북한이 좀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과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열리기 바로 전에 같은 경기장에서 독일과 브라질이 경기를 가졌거든요. 여기서 두팀이 0-0으로 비겼습니다.

때문에 1-0으로 이긴 북한이 현재로선 유리한 거죠. 북한은 브라질, 독일과 9일과 12일에 각각 2차전과 3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진행자:

북한도 이번 여자 축구에 관심이 많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2004년도에는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아시아 예선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0대3으로 졌습니다. 그래서 출전도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각오가 새롭습니다.

또 전력도 굉장히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여자축구는 이번 경기 말고도 최근 6차례 경기에서 모두 이겼고요. 또 51골을 넣으면서도 한 골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박기자, 경기장 주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박성우:

네. 경기가 열린 선양 올림픽 스타디움은 도심인 사탑거리에서 승용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경기장 진입로 곳곳에 경찰차량이 배치돼 있었구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삼엄한 분위기였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테러가 발생할 위험 때문에 그런 거죠?

박성우:

그렇습니다. 우선, 차량이 경기장 근처에 진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택시를 탄 관람객들은 보통 경기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걸어가야 되는 상황이구요. 그 2km 정도를 걸어가면서 볼 수 있었던 전투경찰들만 해도 1-2천명 가량 됐던 것 같습니다.

또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도 물론, 검색대를 거쳐야 했고, 또 가방까지 열어서 소지품을 검색했습니다. 물병 하나를 갖고 있었는데, 이것도 모두 압수됐습니다. 그리고 담배피는 분들, 라이터도 모두 압수당했습니다.

진행자:

암표 장사가 많다는 언론 보도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곳곳에서 ‘암표를 판다’는 사람들을 실제로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관람석이 2층으로 돼 있습니다. 1층에 있는 보통 좌석의 경우에 공식 입장권 가격이 중국돈으로 150원입니다.

경기가 열리기 몇일 전까지는 입장권 한장이 300원까지 거래가 됐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오늘 현장에서 암표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져서 공식 가격인 150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좀 이상하지요?

진행자:

왜 그렇습니까?

박성우:

네. 아마도 올림픽을 겨냥해서 장사를 좀 해보려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표를 잔뜩 사재기를 하니까 암표 가격이 높아는 졌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표를 많이 구하질 않았던 거지요.

그러니까 암표상들도 (경기 당일까지, 안팔린 표가 있으니까) 이걸 현장에서 자신들이 구매한 가격에라도 판매하려고 한 거지요.

실제로.. 이번 축구가 열린 경기장이 6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거든요. 그런데 오늘 경기장을 채운 관람객의 숫자는 대략 3-4만명 정도로 계산됐습니다.

진행자:

참, 그런데 이번 여자축구를 응원하러 나온 북한 응원단이 대부분 남성들이었다면서요?

박성우:

아, 네.. 언론 보도에 그런 내용이 있었지요. 좀 정확히 말하면 북한에서 이번 올림픽을 응원하기 위해서 나온 응원단은 166명인데, 이 중 대부분은 40대가 많고, 또 남자가 많았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때나 또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때 처럼.. 북한이 보통 대학생으로 구성된 미모의 여성들을 응원단으로 보냈었죠.

하지만 이번엔 중.장년층의 남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위 언론에서 말하는 ‘미녀 응원단’은 아니었다는 거지요.

북한이 중국에서 열린 대형 국제스포츠대회에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한 것은 지난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이후 두번째구요, 올림픽 참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그럼 현장에서 본 북한 응원단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박성우:

네. 먼저 숫자가 궁금하시죠? 기자들끼리 추산하기로는 대략 2천명 가량은 된다… 아니면 적어도 천명은 넘는다.. 이렇게들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숫자가 다르냐면요, 예전같으면 같이 모여 앉아서 응원을 하니까 숫자를 추산하기가 쉬웠는데, 이번엔 한 서너개의 큰 그룹을 지어서 여기 저기 흩어져 앉아서 응원을 했습니다.

이게 통계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숫자가 다른 거지요. 어쨌거나, 심양이나 심양 근처에 사는 북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이번 북한 여자축구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는 건 사실로 보입니다.

진행자: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응원을 나왔습니까?

박성우:

네. 먼저 빨간색 상의를 입고 무리를 지어서 풍선 막대를 치면서 응원을 하는 북한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었구요. (100여명 단위 정도/ 2개 정도)

또 30-40명 단위로 붉은색 상의를 입고 앉아 있는 북한 사람들도 볼수 있었는데요. 여기엔 어린애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때문에 외화벌이 일꾼들이나 외교관들이 직장단위로, 혹은 가족단위로 온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본부석을 중심으로 왼편 골대 뒷편 2층 응원석에 자리잡은, 거의 1천명에 가까운 숫자의 사람들이 흰옷을 맞춰입고 앉아서,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때때로 다 같이 일어나서 한꺼번에 구호를 외치는 모습도 보였는데요.. 아마도 북한 정부차원에서 조직한 응원단이 아니겠는가.. 이런 추정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예상대로 북한 식당의 봉사원들이 응원을 하러 나왔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사실 북한에서 젊은 여성들이 직접 안와도 될만큼 중국 현지에도 젊은 북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심양에만 북한이 운영하는 식당이 10개구요, 단동에도 7개가 있습니다. 또 대련이나 안산, 무순이나 장춘.. 이런 데 있는 북한 식당의 봉사원들이 이번 북한 여자 축구를 응원하러 온 걸로 보입니다.

자, 그런데 식당들이 문을 닫고 응원을 오는 건 아닙니다.

선양에 있는 한 북한 식당을 직접 가 봤었는데요, 봉사원에게 응원 안가냐고 물어보니, 오늘은 안간다. 하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9일에 심양에서 있을 브라질전을 이야기 하는 듯 했구요.

다시 말하자면 북한 식당들은 식당 운영을 정상적으로 하면서 봉사원들 중 일부를 차출하는 방식으로 응원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한 봉사원은 북한 여자축구 경기를 보러 간다는 손님들을 부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봉사원: 오늘 (경기 보러) 가십니까? 손님: 오늘 갈 거라니까. 봉사원: 정말입니까. 몇시에 갑니까? 손님: 오늘 저녁 7시45분부터잖아요. 봉사원: 어머 좋겠다, 선생님들…

그리고 이 봉사원은 자신도 축구를 “사랑”한다고 표현했구요. 또 여자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가면서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들어보시죠.

봉사원: 저도 축구를 좀 사랑합니다.

손님: 아, 축구 좋아하시는구나.

봉사원: 우리 집에선 어머니가… 아버지도 좋아하시지만, 엄마가 더 좋아합니다. 축구 할 때는 달력에 체크를 쳐 가면서 봅니다.

또, 한국의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내비쳤는데요. 한국 여자축구는 예선에서 탈락했다고 하자 “축구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거”라면서 북한 여자 축구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봉사원: 남쪽 축구 여자선수들은 왔습니까?

손님: 남조선은 여자 축구가 떨어졌어요, 예선에서…

봉사원: 여자 축구가 약하군요. 축구도 머리로 한다는데…

진행자:

중국 관중들은 북한과 나이지리아 중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던가요?

박성우:

네. 중국말로 북한은 보통 ‘조센’으로 불립니다. 조선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중국말로 “짜요”라는 동사가 있는데, 이건 ‘힘내라’ 라는 말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경기 내내 ‘조센 짜요’를 외치면서 북한을 상당히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박기자, 경기 끝나고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박성우:

네. 중국도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자부심, 이런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자기가 앉았던 자리는 자기가 청소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구요…

또 귀찮게 느껴질법한 수많은 안전,보안 검색에도 잘 협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경기장으로 들어올 때도 차량이 접근하질 못해서 힘들었지만, 이건 나갈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온 분들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었구요. 버스도 안보이고, 또 택시를 타려면 다시 3-4킬로미터는 걸어 나가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이 심양 올림픽 스타디움같은 6만명 규모의 경기장을 짓는 기술과 배포는 가지고 있지만, 관중들 하나 하나를 집에 갈 때까지 챙겨주는 그런 모습은 보이질 않아서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