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1주년 남북관계 Q/A]

25일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한국 사회는 지난 1년간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박성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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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아무래도 우리 청취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 대북 정책과에 대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하실 텐데요. 어떤 평가가 나왔습니까?

박성우:

네,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대북 정책의 원칙을 새롭게 세웠다'는 평가와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 1년간 대북 정책은 실패'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먼저, 대북 정책의 원칙을 새웠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박성우:

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게 남북 간 화해 협력, 특히 경제나 민간 교류 분야에서 성과를 올렸지만, 이른바 '퍼주기' 논란이 보여줬듯이, 보수권 시각에서 볼 땐 '상호주의'가 모자랐다, 그러니까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야기했던 게 '한국이 주는 만큼, 북한도 변해야 한다'였지요.

그러면서 내세웠던 대북정책의 근간이 바로 '비핵 개방 3천'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선택함에 따라 북한의 국민소득이 3천 달러가 되도록 돕는다'는 겁니다. 정리를 하자면, 예전엔 북한을 돕다 보면 자연스럽게 북한도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올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젠 돕기는 하겠지만, 그 조건을 명확하게 했다, 그러니까 대북 정책의 원칙을 새롭게 새웠다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그럼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에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은 실패'라는 평가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요?

박성우:

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북한이 원하는 만큼 한국의 지원을 받지 못할 상황이 되니까, 북한은 소위 남한 정부 '길들이기' 차원에서 대남 비방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7월 금강산에서 발생한 남측 관광객의 피격 사망사건이 남북관계 악화의 분수령이 됐지요.

북한은 또 지난 12월 1일부터 군사 분계선 통행 제한, 그리고 개성관광 중단 같은 조치를 했고, 올 초부터는 1월 30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성명을 통해서 남북 간 정치 군사와 관련한 합의사항을 무효화하고 서해 북방한계선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북한이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한국을 향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잘못 세워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대북정책은 실패했으니 이젠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비판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성우:

네, 남북관계가 단절됐고, 대북 인도적 지원과 금강산 관광도 중단된 상태이지만, 이건 남북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원칙을 세우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0일, 그러니까 조평통 대변인이 대남 강경발언을 했던 바로 그날,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에 있는 SBS 공중파 텔레비전의 토론회에 참석해서 자신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쉽고 명료하면서도 단호하게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이명박:

신정부가 들어와서 남북관계가 좀 경색돼서 국민이 좀 걱정스러워 하는데. 그런데 저는 국민이 매우 성숙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어느 역대 정권이든,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도, 초기 한 1년간은 비슷한 관계가 유지됐습니다. 이번 정부가 들어와서 이렇게 된 건 아닙니다.

또 북한이 근래에 와서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오늘 조평통이 강경한 발언을 했지만, 그런 발언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고, 과거에도 여러 번 비슷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일일이 답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흔히들 통미봉남, 북한이 미국하고 해 버리면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런 말을 하는데. 그거는 미국과 한국이 신뢰가 없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미국과 한국은 그런 관계가 아닙니다. 신뢰의 관계이고, 동맹의 관계를 복원했습니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고 저와 직접 통화를 할 때, '남북문제라든가 동북아 평화 문제는 반드시 한국과 협의를 해서 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역할을 크게 해 주기 바란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실무적으로 미국의 신정부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통미봉남이라는 용어는 이젠 폐기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는 북한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세계 많은 나라 중에서 북한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나라가 누구인가.

북한이 어려울 때 진정으로 위하는 나라가 미국인가, 일본인가, 중국인가, 러시아인가. 저는 북한이 잘 생각하면 '한국이야말로 가장 북한을 걱정하고 북한을 애정을 가지고 도우는 국가일 것이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고, 저는 북한이 이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단된 지 60년이 됐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남북통일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60년 분단된 데서 지금 한 1년 우리가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다소 경색된 것은, 이것은 있을 만하고, 그저 막연하게 앉아서 한국이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남과 북의 관계는 서로 신뢰를 보내고 서로 존중하면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항상 가다가 이것은 깨어집니다. 남북관계의 과거를 보면, 잘 나가다가 깨지고, 또 잘 나가다가 깨졌습니다. 이것은 시작이 정당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관계가 초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당하게 시작해서 결과가 좋은 것이 좋다고 봅니다. 처음에 어떻게 대충해서 출발하면 꼭 중간에 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런 문제에서, 대한민국은 열린 마음으로 또 북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이해해 주기를 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 오래지 않아서 남북관계가 다시 협상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박성우:

네, 대통령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배경도 있습니다. 최근 벌인 여론조사를 보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의 지지도가 작년 하반기 이후에 50%를 웃돌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지만,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가진 북한에 대한 생각과 정책을 한 번 믿고 기다려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거지요.

북한이 대남 전략을 세울 때 가장 큰 기둥으로 삼는 게 바로 남남갈등, 그러니까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국민끼리 의견 충돌을 빚고 싸우게 하는 것이라는 게 통일전선부에서 일했던 탈북자들의 말인데요. 그런 측면에 비춰볼 때 북한의 최근 대남 전략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네,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