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들에 “개방은 시기상조”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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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최근 북한이 개방을 시사하는 정책들을 발표해 대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내부적으로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시간에 '개방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교양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에 김정은 체제가 안착 되고 신경제 정책이 발표되면서 개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주민들 역시 개혁개방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개방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방문차 중국에 온 함경남도 주민 량 모 씨는 “도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교양시간에 ‘경제는 중국식으로 개선하겠지만 우리가 개방경제를 시작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고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개방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 시기를 한참 뒤로 미루겠다는 얘기여서 그동안 수차례 당국의 개방경제 약속에 속아온 주민들은 개방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 봄까지만 해도 김정은 제1비서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파격적인 현지지도 행보를 보여주는데 대해 ‘해외유학을 다녀온 청년장군이 뭔가 다르다’는 기대감을 보였던 주민들은 주민통제가 강화되고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관료들과 자주 만난다는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도 “금년 봄까지만 해도 ‘우리도 곧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하던 북한 관료들이 최근 들어서는 북한의 개방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려 하면 재빨리 말머리를 돌린다”고 말했습니다.

방문차 중국에 나온 평양의 한 주민은 “지난 7월 18일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당시 평양시민들은 개방정책에 대한 모종의 중대발표가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했었는데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원수칭호 보도로 그쳐 크게 실망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엔 ‘개방’이란 말은 입에 올리기만 해도 정치범으로 몰릴 금기어였지만 요즘엔 그 정도는 아니다”면서 “경제관련 교양시간에도 경제개혁이란 말 대신 개선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