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당국이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허용한지 5년 만에 또다시 여성들이 바지 차림으로 외출하는 것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여성들의 복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70년대부터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금지해오다 2009년 8월부터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바지차림을 허용한지 만 5년 만에 또다시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평양과 함경북도, 평안남도 등에서 나온 복수의 북한주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확인해주었습니다.
소식통들은 공히 “이번 조치는 지난 9월 1일부터 당의 지시사항으로 인민반과 생활총화, 교양학습시간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반복해서 포치되었고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한 함경북도 청진 주민은 “화교를 포함한 외국인은 바지착용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주민소식통은 “평양시내 곳곳에 규찰대가 깔려있어 바지를 입은 여성들을 단속하고 있으며 특히 바지를 즐겨 입는 대학생들이 단속에 가장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평안남도의 간부 소식통은 여성들에 대한 바지착용을 또다시 금지시킨 이유에 대해 “남조선 황색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습니다.
5년 전인 2009년 8월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허용할 당시만 해도 “보기 좋고 점잖으며 여성스러운 바지를 입으라”는 지침을 주었으나 남한 젊은이들의 유행이 북한에 스며들면서 뺑때바지(스키니 진)와 7부 바지, 심지어는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이 간부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모든 여성들은 바지를 입고 다닐 수 없게 되었으며 농촌이나 공장 기업소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출퇴근 길에는 치마를 입어야 하고 바지를 별도로 가져가서 일터 현장에서 갈아 입어야 한다”고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도 여성용 바지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미쳐 다 팔지 못한 여성용 바지를 가지고 있는 상인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랫동안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금지했다가 5년 전인 2009년 8월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허용할 당시 2009년 8월 9일자 노동신문은 “옷차림을 편리하고 보기 좋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입어도 좋은 바지와 피해야 할 바지’를 조목조목 열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신문은 입으면 안 되는 바지로 “무늬가 있는 바지, 나팔바지라고 불리는 통이 넓은 바지, 체형이 들어날 정도로 몸에 달라붙는 바지, 반바지, 청바지와 치마형식의 바지”를 들었고, 입을 수 있는 바지로는 “색깔이 요란하지 않은 밝은색이나 흰색, 연한 연두색 또는 청색계통의 점잖은 바지”를 제시했습니다.
또 “바지를 입되 해서는 안되는 모양”으로 “바지 기슭을 걷어 올리는 것, 허리부위가 꼭 조여지지 않고 아래로 처지는 것, 허리 단을 귀 접어 놓은 것, 천한색으로 보기 싫게 해 입고 다니는 것”등을 들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지난 수년 동안 남한의 한류 바람과 외국인들의 영향을 받아 젊은 여성들 속에서 당국이 금지한 바지가 유행하자 단속의 한계를 느껴 아예 여성들의 바지착용 자체를 다시 금지 시킨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