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당국이 여성에게도 바지착용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이 소식을 중국에서 김 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 선양에서 한국상품 전문도매상을 하고 있는 유 정숙(가명,48세,여) 씨는 "지금까지 여성들에게 바지 착용을 못하게 하던 북한 당국이 바지 착용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유 씨는 자기네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해가는 북한의 평양거주 단골 상인이 "이 달부터(8월) 국가에서 여자들에게도 바지를 입도록 허용했으니 남조선제 여자 바지를 가져다 팔고 싶다"며 견본을 준비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씨는 "색깔이 요란하지 않고 밝은 회색이나, 연한 연두색 또는 청색계통의 점잖은 색깔이어야 하며 무늬가 있는 바지, 소위 나팔바지라고 불리는 통이 넓은 바지, 또 체형이 드러날 정도로 몸에 달라붙는 바지, 반바지나 청바지는 안 된다고 말하며 물건을 잘못 가지고 오지 말라는 부탁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중국 단동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신의주 거주 (북한) 화교 장 성화(가명,53세,여) 씨도 "신의주에도 이 달부터 여성들에게 바지 착용을 허용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장 씨는,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허용한다는 북한당국의 지침이 공식적으로 내려진 문건이나 발표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문건을 직접 보거나 당국의 발표를 듣지는 못했고 남들이 말해서 자신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단동의 한 백화점의 옷 가게 주인은 "최근에 북한의 한 고객이 여자바지를 여러 벌 사갔다"면서 "크기와 색깔이 각기 다른 것을 사간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자신이 입을 것은 아니고 판매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하며 "북한에서 여자들에게도 바지를 입게 허용한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기자가 중국 단동의 백화점을 둘러본 결과 여자 바지를 구매하기 위해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는 북한 사람들을 적지않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백화점의 한국물건 상점에서 여성용 바지를 고르는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북한의 한 여자 손님에게 "조선에서도 여자들이 바지를 입게 허용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언제부터 허용이 되었고, 국가에서 정식으로 허용하는 교시가 내려왔느냐?"는 기자의 이어진 질문에 "그런 것은 알아서 무엇 할거냐?"며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북한소식을 자주 접하는 중국 단동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출신 화교들 중에는 "북한에서 여성들에게 바지 착용을 허용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직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북한당국이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허용하는 조치가 최근의 일이라 아직 모르기 때문이거나, 북한당국이 정책변경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거나 발표한 것은 아닌 것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북지원사업을 수년째 하고 있는 남한의 한 대북지원단체 대표는 "북한 여성들에게 바지 착용을 허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면서 "잘 믿어지지는 않지만 북한 여성들을 위해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금지해온 근거로는 고 김일성 주석이 "여성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은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발언을 하고 나서 김일성 주석의 '교시사항'으로 지켜져왔다는 설과 1980년대 당시 김정일 비서가 "우리 여성의 민족 의상인 치마 저고리는 우리민족의 자랑이다"라는 발언을 하고부터라는 설 등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법적 근거도 알려진 것이 없으며, 북한 주민들조차도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여성들의 바지착용을 철저하게 단속해 왔고, 위반자에게는 벌금을 메기는 등의 과도한 조치를 취해 북한 여성들의 불만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북한에서 여성들에게 바지착용을 못하게 하는 사실을 두고 많은 서방 언론이 이상한 규제라고 지적을 해 왔습니다. 한편, 중국의 천진일보는 2008년 12월 12일 "조선에는 여성들이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특별한 규정이 있다"고 보도해 당시 이 기사를 본 많은 중국의 독자들(네티즌들)로부터 "참으로 헤괴한 일"이라는 반응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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