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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자로 몰려 총살됐다고 한국의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을 해석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지난주 평양시 순안 구역의 한 사격장에서 박남기 전 부장을 총살”한 걸로 알려졌다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복수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습니다.
이들 소식통은 또 박 전 부장에게 “혁명대오에 잠입한 대지주의 아들로서 계획적으로 국가 경제를 말아먹었다는 죄목이 씌워졌다”고 전했습니다. “화폐개혁의 실패로 민심이 악화되고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자 모든 책임을 박 전 부장에게 씌워 반혁명분자로 처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박 전 부장에게 씌워진 죄목을 거의 믿지 않고 있으며, 북한 지도부가 박남기를 화폐개혁 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연합뉴스는 이번 박남기의 총살이 지난 1990년대 후반의 아사 사태 때 처형된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 사건과 닮은꼴”이라는 소식통들의 설명도 전했습니다.
박 전 부장이 총살됐는지에 대해 한국의 정보 당국은 “그 같은 첩보는 입수했다”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안인 만큼, 구체적으로 뭐라고 해석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소장은 “화폐개혁의 실패를 박 전 부장이 총살당한 이유로 드는 건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인: 종래 북한의 경우를 보면 고위 간부를 공개 처형하는 경우, 정책의 책임을 물어서 처형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개인 비리나 간첩 혐의를 씌워서 하지요.
김광인 소장은 1997년 9월 총살당한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도 “농업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간첩 죄목으로 사형당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겸임교수는 “과거에도 유사한 오보가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2008년에 해임된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최승철이 해임된 다음 총살됐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그는 현재 백두산 인근 지역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으며, 적절한 시점에 복귀가 예상된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또 “북한 지도부는 화폐개혁이 실패인지 성공인지에 대한 판단을 아직까지 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실패의 책임을 지워 총살했다고 보기엔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창현: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이 국방위원회와 상의해서 비밀리에 이 사업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박남기 계획재정부장 개인이 이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살당할 정도의 잘못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73세인 박남기 전 부장은 지난해에는 김정일의 현지 지도를 123회 수행했지만, 올해는 1월 이후로 북한 언론매체의 보도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