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당 재정부장 처형설은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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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북한에서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당중앙위 부장이 현직을 유지하고 업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남기 당중앙위 부장은 지난해 11월에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9차례나 수행했을 만큼 김 위원장의 최측근입니다.

때문에 박 부장의 처형설에 대해 한국 언론은 깊은 관심을 갖고 2주에 걸쳐 크게 보도했었습니다.

한국 언론은 특히 박 부장의 처형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북한이 최근 텔레비전 방송에서 박 부장의 모습을 삭제한 김정일 기록영화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박 부장이 기록영화에서 삭제된 사실이 알려지자 박 부장의 신변 문제에 의혹을 제기했던 전문가들도 처형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북한문제 연구단체인 북한전략센터가 30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박 부장의 해임과 처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화폐개혁은 전적으로 내각이 실무를 주도했으며, 박남기 부장과는 전혀 무관한 일로 그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박 부장은 27일 현재 현직을 유지하고 있고,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다만, 박 부장이 최근 김 위원장 앞에서 작은 말실수를 해 김 위원장로부터 질책을 받은 사실은 있다고 김 소장은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을 수행하는 이른바 ‘행사조’에서 박 부장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소장은 또한 최근 김정일 기록영화에서 박 부장의 모습이 삭제된 이유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김광인: ‘행사조’ 명단에서 제외되자 김정일의 공개활동 자료를 제작, 배포하는 ‘5호문헌편집사’ 요원들이 이미 나와 있는 자료에서까지 그의 모습을 삭제하는 과잉행동을 보인 것입니다.

김 소장은 일부 한국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북한이 정책의 오류나 실수를 이유로 고위 간부를 처형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습니다.

김광인: 1997년 서관히 전 당중앙위 비서가 공개 처형된 바 있습니다. 물론 공개 처형된 주된 이유가 농업정책 실패였지만, 그 때 북한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의하면 6.25전쟁 때 (북한에) 잠입한 '미제 간첩'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그 동안 활동이 많았던 박남기 부장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해임과 처형설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눈에 벗어나 경고나 근신을 받을 수 있겠지만, 처형된 사실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박 부장이 다음달 9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2차 회의에 등장할 지가 관심꺼리입니다.

간부출신의 탈북자들 역시 박 부장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고 업무를 하고 있다면 최고인민회의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의 말입니다.

김흥광: 지금 북한전략센터가 주장하는 것처럼 박남기 부장의 처형설이 사실 무근이라면 현재 북한 경제 사령탑을 맡고 있고, 대의원인 박 부장은 최고인민회의에 나올 가능성은 100%입니다.

지난 1월 9일 이후로 대외활동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박 부장은 평양 김책공대를 나온 소련 유학생 출신으로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관료입니다.

박 부장은 지난 2005년부터 북한 노동당 자금 운용을 전담하는 계획재정부장을 맡아왔지만, 특별한 가정배경이 없을 정도로 친인척 중 유명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