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젊은 여성 매직머리 집중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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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본주의 생활문화를 척결한다고 선포한 북한이 청소년들의 머리단장 단속에 나섰습니다. 특히 대학교와 고등중학교 정문 앞에는 생머리를 하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규찰대까지 배치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대학가와 고등중학교를 중심으로 직발머리, 즉 생머리를 하고 머리 물감을 들인 여학생들을 집중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지방의 한 북한 대학생은 1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연락에서 "요즘 청년동맹에서 파견된 규찰대들이 직발머리를 하거나 머리를 풀어놓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면서 "전체 대학생들과 고등중학교 여학생들은 단발머리를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습니다.

이 대학생은 "요즘 평양 기온이 30도가 넘어 더워죽겠는데, 규찰대들이 학교 정문에서 단발머리를 한 학생들만 통과시킨다"면서 "머리가 조금만 길어도 단속하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손에 고무줄을 가지고 다니다가 규찰대를 통과할 때만 풀고 돌아서서는 묶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평양시내 규찰대의 행패가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면서 "며칠 전에는 시내 인도를 가던 한 여학생에게 달려들어 즉석에서 머리를 가위로 잘라버려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평양시 대학들에서 최근 머리단장을 가지고 대론쟁(사상투쟁회의)까지 조직한다"며 "자본주의 생활양식을 뿌리빼기 위한 이번 캠페인이 예사롭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한국 드라마가 북한 내부에 유입되면서 한국 머리모양이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이 되자, 이를 막기 위한 일대 정지작업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평양을 중심으로 북한의 도시 청소년들 속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여배우들을 본 딴 생머리가 추세였습니다.

평양을 자주 왕래하고 있는 한 중국 조선족 무역상인은 "평양 부유층 자녀들이 김태희와 하지원 등 한국 연예인들의 머리 모양을 본 따 직발 파마하는 게 유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젊은 여학생들은 생머리를 하는데 미화 20달러, 연한 갈색으로 물감을 들이는데, 15달러를 소비할 만큼 한국 머리모양에 매혹을 느껴왔습니다.

또 북한 젊은 남성의 경우,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송승헌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게 추세였지만, 이 또한 북한 규찰대의 단속 대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한국 머리 스타일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음성적으로 영업하던 미용사들이 주춤한 상태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미용업자들은 중국에서 매직 약과 고대기구를 들여다가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봉사해왔지만, 최근 북한당국이 연일 머리단장을 통제하고 나서자 일감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고 이 중국 조선족 상인은 덧붙였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사회주의 생활양식 확립을 촉구하면서 머리단장을 잘하라고 부쩍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중앙TV: 오늘 우리여성들이 시대적 미감에 맞게 옷차림과 몸단장을 잘하는 것은 우리 인민의 아름답고 고상한 정신 도덕적 풍모를 보여주는데서....

북한 노동신문도 최근 기사에서 '머리단장'을 강조하면서 자본주의 문화를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이라고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