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에 징역 25년

알베르토 후지모리(70) 전 페루 대통령이 지난 1990년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민간인 학살과 납치를 명령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0:00 / 0:00

자세한 소식을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페루 특별법원은 7일 선고 공판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지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재임하는 기간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승인해 25명을 살상하고 2명을 납치했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세사르 산 마르틴 (Cesar San Martin) 판사는 이날 1심 판결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 군부 내부에 '암살대'의 창설을 승인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이 군부 암살대는 좌익 조직인 '빛나는 길' 게릴라를 토벌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50명을 학살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앞서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징역 6년형을 받은 상태에 있으며 인권을 침해한 혐의 외에 2건의 부패 사건과 관련해서도 기소된 상태입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인권 보호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페루 특별법원이 전직 대통령이라도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전세계에 보여주었다고 논평했습니다.

현재 페루에 머물고 있는 '휴먼 라이츠 워치'의 미주 담당 부국장 대니얼 윌킨슨 씨입니다. (Daniel Wilkinson) : 이번 판결은 권력의 고위층이라도 인권유린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습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일본계 이민 2세로 지난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페루를 통치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0년, 장기집권을 시도했지만 인권탄압과 부패 혐의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고 이후 5년 동안 일본에 머물다 지난 2005년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 옆 나라인 칠레를 통해 페루에 입국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칠레 당국은 그를 범죄자로 체포했고 도주의 위험이 있어 가택 연금해 왔습니다.

2007년 9월 페루로 송환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지난 15개월 동안 90명 이상의 증인과 전문가들이 동원된 가운데 인권을 침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다 이날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날 선고에 따라 한때 페루에서 영웅으로 칭송되던 올해 70살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그러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