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칼럼] 부패 근절은 정치개혁부터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북한당국이 8월 12일,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근절하라는 학습제강을 내려 보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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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갑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 방법이 상투적이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내려간 학습제강에서 북한당국은 간부들이 직권을 남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며 사회적 과제 수행, 지원 등의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그릇된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번 학습 제강의 제목은 "당의 군중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며 온갖 부정부패 현상을 없앨 데 대하여"입니다. 이는 오랜 과거로부터 너무 너무 익숙한 제목입니다.

그런데 사실 간부들은 이와 같은 내용의 학습 제강을 지난 수 십 년 동안 수 백 번, 수 천 번 반복하여 학습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부정부패가 줄어들었습니까? 결코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요사이 훨씬 더 심해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 마디로 정치개혁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이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크고 작은 권력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법에 따른 처벌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자는 언젠가 반드시 폭로되고 마땅하게 법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도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습니까? 여기에는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대수준을 낮추어 현재 북한에서 당장 실시 가능한 것들로 좁혀 말해 보겠습니다.

우선 당과 행정을 분리하고, 권력을 분산시켜야 합니다. 권력이 집중되어, 하급자가 상급자의 눈치를 보고, 관이 민을 무시하고, 위가 아래를 내리누르고도 무사한 체제일수록, 부정부패를 저지르고도 무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권력 분산의 출발점은 당과 행정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처럼 최고에서 말단까지 각급 단위마다 당 비서에 권력이 집중되고 당 비서가 독판치는 체제는 부정부패의 온상과 같습니다.

두 번째는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개선하고, 인민회의의 위상을 높여야 합니다. 최소한도 시군 단위까지는 인민회의 대의원의 복수 입후보제를 허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인민위원회와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를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대의원과 인민회의가 두려운 존재가 돼야 부정부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는 부정부패가 근절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치개혁은 현재 북한당국의 처방보다는 훨씬 효과적이고 올바른 출발입니다.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북한이 갈 길은 멉니다. 북한 당국은 실효성 없는 학습제강 내려 먹이는 것 대신, 정치개혁을 차근차근 실시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부정부패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