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 이상설 불식시키기 위해 사진 공개

북한은 지난 주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진을 관영 언론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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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에서 김정일 지도체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Ken Gause) 국장은 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것은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특히 평양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북한 당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진을 공개한 배경은 김정일 사후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북한 지도계층의 동요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 북한 엘리트 계층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에 대한 많은 정보가 나돌고 있다고 봅니다. 엘리트 계층은 북한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정립될지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진 공개는 대외용이라기보다는 북한 내부를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고스 국장은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김정일 위원장의 상태가 의식불명이거나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왼쪽 팔을 힘없이 늘어뜨린 모습은 경미한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의 민간연구기관 채덤하우스의 북한 전문가인 존 스웬슨-라이트(John Swenson-Wright) 박사는 북한 당국은 김정일 체제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북한 외부에 강조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스웬슨-라이트

: 김정일 위원장의 병세로 북한 지도부가 제대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진을 내보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약한 지도부는 외부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보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지도체제는 견고하며 김정일 위원장이 여전히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을 비롯한 외부에 알리길 원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사진 공개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입니다.

클링너

: 북한 당국이 공개한 사진은 찍은 시점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진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왼쪽 팔이 뇌졸중으로 인한 일부 마비 증상을 보인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번에 공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불식하거나 오랜 기간의 은둔생활에서 벗어났다는 확실한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