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일대 송충이 번져 솔숲 황폐화

황해도를 비롯한 북한의 서해안 지역은 매년 봄이 되면 송충이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특히 올 봄에는 인민군 화학부대들까지 동원됐을 정도로 그 피해가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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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솔나방의 애벌레인 송충이는 소나무의 대표적인 해충입니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까지 전국적으로 피해가 극심했으나, 그 이후 산림이 녹화되고 방제 작업이 제 때 이뤄지면서 1980년대부터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쉽게 발견할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반면 북한은 매년 봄이 되면 송충이의 피해로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소나무들이 죽어 산 전체가 누런색으로 변한 지역까지 생겼습니다. 특히 올 봄에는 황해도 일대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내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NK지식인연대는 현지 통신원의 정보를 인용해 북한이 5대 명승지로 자랑하는 구월산과 정방산까지 피해를 입었다며 이 같이 전했습니다.

산림보호 지역인 정방산부근에 송충이가 퍼진 이유는 피해 지역에 드나든 군부대 차량들이 이곳을 지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사리원역에서는 모든 열차가 출발 전에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졌습니다.열차 내부와 지붕에 있을지 모르는 송충이를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NK지식인연대는 "송충이가 퍼진 산에 들어가 장대로 나무를 몇 번 치면 우수수 떨어지는 송충이로 사람을 새까맣게 덮는다"면서 "송충이는 도로와 철길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사는 공원에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피해 상황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북한이 송충이 방제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난 때문입니다.

탈북자 도명학 씨입니다.

도명학: (북한이) 경제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송충이가 나오면 비행기로 약을 뿌리고 군중적으로 동원해 송충이를 잡고 그랬는데요. 최근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약도 없고..

5월말부터 송충이 피해가 급격히 커지자 북한군 총 참모부는 관할 지역부대들에 산림을 보호할 데 대한 긴급명령을 하달하고 총 동원령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군부대의 주둔지와 구월산과 같은 자연보호 구역들에는 국가의 긴급조치에 따라 살충약이 공급되고 군 화학부대들까지 투입됐습니다.

NK지식인연대는 “살포된 살충약이 사람의 몸에 닿으면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어서 방독면을 쓰고 방화복을 입은 화학병들이 이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NK지식인연대의 현인애 사무총장입니다.

현인애: 송충이 약을 살포한 지역에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면 국제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살충약이 아니라,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산림 당국은 기관, 기업소 노동자들은 물론 군인들까지 총동원해 송충이 잡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송충이의 이동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일정구간의 나무들을 베어 아직 피해를 입지 않은 산림과 공간을 형성해 놓고 살충약과 붙임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