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인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의 가족 6명은 1일 미국의 N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두달 넘게 억류돼 있는 여기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미국과 북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커런트 TV 소속의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는 3월 17일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에서 취재하다 체포됐으며 불법 입국과 적대 행위의 혐의로 4일 재판에 회부될 예정입니다.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인 리사 링 씨는 이날 NBC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와 한 회견에서 재판을 받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몰라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리사 링 씨는 특히 지금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여기자 두 명이 북한에 볼모로 붙잡혀 있어서는 안된다며 미국과 북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리사 링 씨는 지난달 26일 여기자 두 명에게서 두달 반만에 처음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밝히고, 그들은 아주 겁에 질려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로라 링 기자의 가족들은 또 여기자들이 북한에 주재한 스웨덴 대사관의 외교관과 접촉했으며 이 때 로라 링 기자가 미국의 가족들에게 간접적으로 편지를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네트워크 페이스북의 모임 ‘북한에 억류된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를 제발 도와주세요’ (Detained in North Korea: Journalists Laura Ling and Euna Lee, Please help) 에 일부 소개된
[ 로라 링 기자의 편지Opens in new window ]
에는 힘들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심경이 담겨 있습니다.
로라 링 기자는 이 편지에서 수감 초기에 많이 울었으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어떤 날은 밖에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기도 하고 저녁 시간에는 체조를 하거나 묵상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로라 링 기자는 또 가족들이 자신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언젠가 가족들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페이스북 모임의 브랜던 크리머(Brendan Creamer) 대표는 여기자의 가족들이 그동안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해 침묵했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여기자의 억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개적으로 석방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관계센터(IRC)의 존 페퍼(John Feffer) 국제담당국장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억류된 기자들을 미국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길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페퍼 대표는 미국은 여기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에 주재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조용한 외교를 펼친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북한에 특사를 보내거나 양자 회담에 나서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아시아태평양문제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Daniel Sneider) 부소장은 억류된 여기자의 문제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해결하기 매우 어렵고 복잡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나이더 부소장은 여기자 문제를 핵문제와 별개로 다룬다는 미국과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북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들의 억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여기자 두 명의 가족들은 1일 밤(미국 동부시간) CNN 방송의 대표적인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여기자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