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대표단 방북은 대북정책에 영향 적다"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미국 인사들의 북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방북 결과가 행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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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내 북한통으로 꼽히는 셀리그 해리슨 씨가 지난 12일부터 닷새 동안 북한을 다녀온 데 이어 이번엔 미국 민간 대표단이 3일 평양을 방문합니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하순 북한 방문을 추진했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 때문에 북한이 이들의 방북을 연기하면서 이번에야 가게 된 것”이라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여러 개의 미국 민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3일 북한에 들어가는 민간 대표단은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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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북한을 방문하는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 - RFA PHOTO (RFA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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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방북단에 포함된 다른 인사는 “북측이 이번에는 와도 좋다고 한 만큼 분명히 우리에게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면서 “군부는 물론 경제 부문과 핵 부문의 권위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북한의 진로에 관해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특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면담할 가능성에 대해 이 인사는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길 바라지만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북측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말할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점”이라면서 “우리가 특히 관심 있는 것은 북측이 핵협상과 관련해 태도를 바꾼 것은 없는지, 또 현재의 협상이 여전히 바른 괘도에 있다고 보는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미국 인사들의 북한 방문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보수적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초청하는 인사들의 성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Bruce Klingner: Not in all cases, but in general, they do have differing US folks they invite. Certainly some of them are very open to North Korean viewpoint... (전부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북측은 미국 인사들을 차별해 초청한다. 분명히 그들 가운데는 북측 관점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북측 의도에 회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있다. 공통점이라면 그들이 모두 대북 포용책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특히 북측이 이런 인사들을 “비공식적인 대화 창구로 활용해 자신들의 견해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영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두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씨는 “미국 정부 관리들이 이들에게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기는 해도,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 참고(point of reference)로 할 뿐 실제로 정책에 반영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라우브 씨의 말입니다.

David Straub: There have been very, very few times when the North Koreans have said... (북측이 방북한 미국 민간 인사들에게 정말 흥미롭고 믿을 수 있는 말을 한 경우는 아주, 아주 드물다)

스트라우브 씨는 이어 “민간 차원의 미북 대화가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순 없지만, 불행히도 과거 북한에 관해 그다지 통찰력이 없는 미국 민간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바람에 북측 입장을 단순히 전해주거나, 오히려 물을 흐린 사례도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스트라우브 씨는 이번 민간 방문단은 “북한 문제에 경험과 식견을 갖춘 보스워스 전 주한대사가 포함돼 있어 핵 문제를 포함한 미북 현안에 대해 북측 인사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보스워스 전 대사는 지난 97년부터 2000년까지 주한미국 대사를 지냈고, 현재 미국 터프츠(Tufts)대 부설 플레처(Fletcher) 외교대학원의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