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미국 중부의 주 의회는 최근 북한 인민군 병사들이 미군을 공격하는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받았습니다. 북한이 나포한 미국 해군함 푸에블로 호와 관련이 있다는데요, 자세한 내용을 김진국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평양우체국 소인이 찍힌 엽서를 받은 사람은 미국 중부의 콜로라도 주의회 키스 스웨드페거(Keith Swerdfeger) 하원 의원입니다.
스웨드페거 의원은 콜로라도 주의 작은 도시인 푸에블로 출신으로 1968년 북한에 나포된 미국 해군함 푸에블로호를 미국으로 되돌려받기 위한 주의회 결의안을 매년 제출해왔습니다.
스웨드페거 의원은 지난 2월 중순 의원회관의 사무실로 배달된 낯선 엽서에 사람이 직접 손으로 쓴 내용을 읽고 깜짝 놀랐다면서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통화에서 엽서의 글을 소개했습니다.
스웨드페거:
“엽서 위에 ‘1월 29일 평양, 조선인민공화국’으로 시작한 글은 ‘미국 해군 첩보함인 푸에블로호를 되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수백만 년이 지나도 절대 (No, Never, Not in a million years)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으로 와서 가져가 보라, 우리 인민군은 당신을 극진히 대접할 것이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북한에서 보내진 엽서는 일반적인 그림엽서로 금강산 세존봉 풍경의 100원짜리 북한 우표 한 장과 북한의 국기가 그려진 20원짜리 우표 두 장이 붙어 있고 2012년 2월의 평양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습니다.
스웨드페거 의원은 지난 2일 회의에서 이 엽서를 공개했는데, 동료 의원들이 미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엽서 뒷면의 이색적인 그림을 보고 크게 웃었다고 전했습니다.
엽서의 뒷면에는 인민군 두 명이 총 개머리판으로 미군 병사를 내리치는 그림에 ‘미제는 함부로 날뛰지 말라’는 구호가 적혀 있습니다.
스웨드페거 의원은 콜로라도 주 의회가 푸에블로 호 송환결의를 채택한 것은 북한과 대결하자는 뜻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웨드페거 의원은 평양에서 보내온 엽서를 보면 콜로라도 주의회의 송환결의가 북한에까지 전달됐음을 알 수 있다면서 푸에블로 호를 돌려받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엽서의 내용이 푸에블로 호의 송환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선임연구원은 우표나 평양우체국 소인 등을 보면 이 엽서가 평양에서 항공우편으로 미국으로 배달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북한인이 썼다고 보기에는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진:
“우선 글씨체가 조선어를 하는 사람이 영어를 배워 쓴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외국인이 쓴 글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북한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한 외국인이 쓴 것인지, 북한 사람의 부탁을 받고 외국인이 대신 써 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푸에블로 호는 1968년 1월 23일 승무원 83 명을 태우고 동해 상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다 북한 당국에 나포됐습니다.
당시 나포 과정에서 승무원 1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으며, 이들은 11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모두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푸에블로 호 선체를 되돌려 보내지 않았고 이후 대동강 변에 전시하며 체제 선전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