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포스터 20여점 뉴욕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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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출판화로 불리는 북한의 포스터 20여 점이 7일 미국 뉴욕에 전시돼 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한에서 대북 구호 활동을 펼친 전문가가 직접 수집한 작품들이어서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정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산 포스터가 전시되는 이색적인 행사가 7일 미국의 대도시 뉴욕에서 열렸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대북구호 사업 전문가로 다년 간 경험을 쌓은 카타리나 젤웨거씨가 북한에 있을 때 수집한 포스터 100여점 중 특별히 북한의 식량 사정과 관계되는 23 점을 선정해 전시한 것입니다.

지난 5년 간 스위스개발협력처의 평양사무소장직을 마친 후 작년 말부터 미국에서 논문 발표와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젤웨거씨는 “이번에 전시된 포스터들이 북한에 있을 때 주말마다 시내 전시장을 방문하며 돈 주고 사 모은 것들”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카타리나 젤웨거: 포스터에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지요. 포스터의 주인공은 크게 군인, 지식인, 농부, 근로자 등 네 부류로 나뉘어 집니다. 포스터의 색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북한의 포스터에서 빨강색은 사회주의를 의미하고, 파랑색은 화합, 또 검정색은 반 미국 또는 반 일본 감정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전시된 포스터마다 나무나 목화를 심자거나, 쌀과 종자를 개량해 농사를 진흥시키자, 또는 토끼 및 풀 먹는 짐승을 기르자 등의 각종 선전용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포스터 속의 등장 인물은 모두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이 작자 미상인데다 제작 연도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포스터를 감상하러 전시회를 찾은 샬롯 보인튼씨는 “비록 포스터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웃고 있지만 북한에 굶주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에서 왠지 포스터가 슬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포스터 문구가 선전 선동 일색이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호머 윌리엄: 포스터에 적힌 문구를 보면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선동해 뭔가를 이루어 내고자 하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체제선전용 포스터라 할 수 있지요.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포스터를 통해 국가가 국민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엿볼 수 있지만, 북한의 포스터의 경우 그러한 메시지 전달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진진영씨는 “포스터라는 시각적 매체를 통해 북한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북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행사를 준비했다”며 “이날 전시된 작품은 향후 미국내 몇 몇 도시에서 순회 전시될 것이다”고 전했습니다.

전시회 참석자들은 작품 감상 후 젤웨거씨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나 최근 전해진 가뭄 사태의 심각성, 중국과의 교역이 북한 경제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 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전시회에는 존 애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도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