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정권 내 고위 관리들의 인사이동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인사권을 활용해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여당인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2010년 9월 이후 숙청되거나 해임된 북한 고위 인사가 31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총살됐고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이 해임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김철 인민무력부부장의 총살에 이어 주영식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 로배권 황해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 또 리광곤 중앙은행 총재 등이 해임됐고, 올해 7월에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전격 경질됐습니다.
그 밖에도 올해 들어서만 전력공업상, 전자공업상, 상업상, 육해운상, 문화상, 농업상, 체육상 등 7명의 내각 장관이 교체됐습니다.
이 같은 인사이동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일단 보다 젊은 실무형의 관리로 교체하는 ‘세대교체’의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각 장관의 교체나 중앙은행 총재의 경질은 북한이 새로운 경제개선 조치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하지만 국가 안보를 담당하는 군과 보안기관 관련 고위 인사들의 경질이나 숙청은 성격이 좀 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자신만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인사권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는 북한 고위 관리에 대한 잦은 인사 조치는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견고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언 시걸 박사: 김정은은 북한 고위 관리들에게 누가 실권자(boss)인지를 보라는 식으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부친인 김정일이 임명한 관리, 또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관리들을 교체하는 것은 김정은 개인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북한의 리영호 총참모장의 경우 그가 북한군의 외화벌이 사업을 노동당으로 이관하는 데 반발한다는 이유로 숙청된 것으로 한국 정보기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 정권의 특성상 인사권 행사의 중심은 김정은 개인이라면서 일각의 추정처럼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장성택이 경질된 고위 관리의 후임자를 천거하고 있고 김정은은 대부분 그의 의견에 따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또 지금은 장성택이 건재하지만 앞으로 정적으로부터 반격을 당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습니다.
래리 닉시 박사: 장성택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어설 경우 북한 정권 내, 특히 군부 측에서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닉시 박사는 특히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사망할 경우 그의 남편인 장성택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도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고위 간부들과 실적이 부진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고위 인사들을 필요에 따라 숙청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김정은이 권력기반을 강화해가면서 고위인사들에 대한 숙청과 해임이 상당기간 더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