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 실세들로 조문단 구성 이유는?

한국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겠다는 북측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문단은 대남 전략을 수립하는 북측의 실세들로 구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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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 조문단의 명단과 비행운항 계획서를 '김대중 평화센터' 측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전달 받았습니다. 조문단은 21일 특별기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김포공항에 도착하며 그 다음날 북측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통일부는 전했습니다.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여 북한 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할 방침입니다.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단장인 조문단은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올해 83세인 김기남 비서는 북한 체제 선전의 수장으로 2003년 김용순 대남 비서가 사망한 이후로 대남 업무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들어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를 수행한 횟수가 가장 많은 인물인 김 비서는 2005년 8․15행사 때 서울을 방문해 국립 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도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올해 61세인 김 부장은 노동당 국제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2005년 김 위원장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면담에서 국방위원회 참사 자격으로 배석하면서 대남 사업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의 준비 과정을 총괄한 김 부장은 최근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 위원장과 면담할 때 배석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최 측근 인사인 김기남과 김양건이 한꺼번에 한국을 찾는 데에는 조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입니다.

정성장: 북한이 이번에 특사 조문단을 보내면서 하루 일정이 아니라 1박2일 일정으로 보냈다는 건 가능하면 이번 기회에 남한 당국과도 대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거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문단이 서울에 머무는 동안 남측 당국자와의 만남이 있을지에 대해 통일부는 원칙적 답변을 내놨습니다.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기본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고 조문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별도로 우리 당국과의 면담이 계획되어 있는 것은 없고, 별도로 요청을 받은 바도 현재는 없습니다.

조문단에는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과 아태평화위 참사인 맹경일과 리현, 그리고 김은주 국방위 ‘기술일꾼’도 포함됐습니다.

올해 62세인 원동연 실장은 지난 20여 년간 남북 간 중요 대화에 대부분 모습을 드러냈으며, “현재 통전부 부부장을 겸하고 있다”고 서울에 있는 대북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원 실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리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의 면담에도 배석해 “남측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안보 관련 보좌관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고 대북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원 실장은 또 남북 간 경색 국면에서도 중국에서 남측 당국자와 만나는 비선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조문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정책적으로 판단할 일이 생길 경우 원 실장이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을 보좌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40대의 맹경일 아태평화위 참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남북 장관급 회담 등에서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습니다. 리현 참사도 맹 참사와 함께 북측의 대남 사업에서 ‘차세대 실세’로 인정받고 있으며, 한국 정부로 치자면 ‘장관 보좌관’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대북 소식통은 평가했습니다.

40대인 리 참사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을 보좌했으며, 200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려 했을 때도 실무 접촉에서 리종혁 부위원장을 보좌했던 인물입니다.

이처럼 북측의 조문단은 김정일의 최 측근과 차세대 대남 일꾼을 포함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책임지는 실세들을 총동원한 셈”이라고 분석합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김양건 통전부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 짜인 대남 전략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초 북측은 조문단으로 5명을 보낼 예정이었지만, 김은주 국방위 ‘기술일꾼’이 추가돼 모두 6명이 됐습니다. 김은주는 “김기남 비서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북측이 보낸 간호사라고 보는 게 맞다”고 대북 소식통은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