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사법기관과 노동당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의 강력한 권위에 노동당이 밀리는 형국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노동당 중심의 권력기반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 보안부 간부가 노동당 청년동맹 간부를 폭행해 사망케 한 사건이 노동당과 군부, 사법기관의 권력투쟁으로 형국으로 번지면서 주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살인행위를 저지른 시 보안부 책임지도원이 노동 단련대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며 “이젠 김정은의 명령도 날이 서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3일. 양강도 혜산시에서 시 보안서 감찰과 책임지도원(정철, 54살)이시 경무대 경무관(헌병)인 사위와 함께 혜산시 청년동맹 학생부 교양지도원(43살)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보안서 책임지도원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청년동맹 지도원의 아내로부터 중국인민폐 1,500원(위안)을 빌려 자신의 내연녀에게 준데서 비롯됐습니다. 당초 열흘이라는 기한으로 중국 인민폐를 빌린 보안원이 한 달이 넘도록 돈을 돌려주지 않자 청년동맹 지도원의 아내가 보안원의 집에 찾아가 빌린 돈을 독촉하고 나섰습니다 .
이 과정에서 내연녀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보안원이 궁지에 몰리면서 청년동맹 지도원의 아내를 마구 폭행했고 아내가 폭행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청년동맹 지도원이 보안원의 집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 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보안원과 그의 사위인 시 경무대 경무관이 합세해 청년동맹 지도원을 무차별 폭행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습니다.
이 사건은 중앙청년동맹과 양강도당이 노동당 중앙위에 통보하면서 김정은 1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되었고 사건보고를 받은 김정은은 분노하면서 살인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 입니다.
소식통은 “처음에는 보안원을 당장 체포하고 엄벌에 처할 것처럼 떠들던 도 보위부와 보안부가 우발적인 살인이라며 슬그머니 발뺌을 하고 있다”며 “또 구타에 가담한 경무관을 보호하기 위해 군부까지 사건에 개입하면서 오히려 도당과 청년동맹이 밀리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살인자들을 ‘엄벌에 처하라’는 김정은 1위원장의 지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도 해 사건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도 “김정은이 직접 엄벌을 지시했고 중앙당(노동당 중앙위)과 중앙청년동맹이 절대로 살인자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나오고 있지만 사법기관들이 의도적인 살인이 아니라는 구실을 붙여 범죄자들을 감싸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사법기관이 김정은의 지시까지 어기면서 저항하는 것은 사건을 인정할 경우 저들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지만 이번 일로 하여 당의 권위가 빈껍데기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김정은의 지시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면 그가 앞으로 어떻게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는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