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미국 정치권에서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문제가 정치 쟁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조용한 대응' 방침을 유지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12년 노동교화형 선고를 받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미국 의회에서는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의 애담 시프 의원은 17일 북한에 억류돼 12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조기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인 시프 의원은 이 결의안에서 북한 당국에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와 중국계 미국인 로라 링 기자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결의안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미 북한 당국에 이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과 형의 집행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재고하고 이들을 석방시켜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온정을 베풀어 이들을 미국에 돌려보내라고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또 결의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포함해 두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지지한다"며 "다른 나라들도 유나 리와 로라 링 기자의 석방을 북한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상원도 여기자 석방을 위한 하원의 노력에 가세했습니다. 민주당 소속의 상원의원 9명은 1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여기자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고위급 대북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박서 의원과 파인스타인 의원을 포함해 론 와이든, 벤자민 카딘, 에이미 클로부처, 로랜드 루리스 의원 등 상원의원 9명은 서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두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고위급 특사의 북한 파견을 매우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이 두 여기자들의 석방 문제가 긴급한 대응을 요구하는 인도주의적 비상 사태이기 때문에 고위급의 집중된 관심을 끌 수 있는 특사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에 대해 약속이나 한듯이 한꺼번에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그동안 이 문제를 조용히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온 오바마 행정부의 대응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이러한 의회의 움직임이 확실히 오바마 행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의회의 압력 탓에 사안을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조용히 해결하려 하던 기존의 입장을 놓고 고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미국이 현재 논의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의회가 이런 압력을 가한다면 오바마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의 제임스 쇼프(James Schoff) 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소장도 오바마 행정부가 압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쇼프: 의회가 여기자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고 해결하라고 더 많이 촉구할수록 미국 시민들 또한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안보가 최우선이라고 밝혀온 미국 행정부에 가해지는 압력도 커지게 되죠.
반면 쇼프 부소장은 의회와 여기자 가족의 우려와 좌절을 이해한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실제로 이러한 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쇼프 부소장은 "이 같은 의회의 압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북한이 여기자 문제를 대미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는 일을 오히려 돕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가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의회 관계자는 "의회가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문제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여기자 가족들이 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길 원해 의원들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의회가 여기자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