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금 평양에서는 이른바 한국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전승절' 행사가 요란하게 진행되고 있지요? 하지만, 물난리를 겪은 지방에서는 장마당 식품가격이 상승해 주민들이 울상이라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는 현란한 '정치 쇼'가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의 식탁은 초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이번에 북한 지역을 강타한 큰물 피해 때문에 과일 값과 고기 값이 올라 명절분위기가 실감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터놓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국경 지방의 한 주민은 26일 "이번 '전승절'에 국가에서 뭘 좀 주겠는가고 기대했었는데, 공급이 전혀 없었다"면서 "수해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올라 명절날 고깃국 한 그릇 먹기 어렵다"고 터놓았습니다.
그는 "현재 장마당에서 돼지고기 1kg은 2만 6천원이나 하고 소주 한 병에 2천300원까지 올랐다"면서 "화폐개혁 이전에는 돼지고기가 5천 원씩 했는데, 지금은 거의 5배나 오른 셈"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3년 전 화폐개혁 때 북한당국이 100:1로 화폐 단위를 낮추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겪는 실물 체감경기는 고기 값이 무려 500배 뛴 거나 다름없다고 그는 비교했습니다.
그는 작년 '태양절' 때는 공급을 좀 해주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경제가 어려워 진 것 같다고 말하면서 현재 국가경제는 거의 멎었고, 개인 장사만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평안남북도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올해 전승절은 명절 분위기가 아니라 초상집 분위기라고 그는 수해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번 장맛비로 평안북도 일대의 남새밭이 물에 잠겨 오이와 도마도 값이 폭등했다"면서 "도마도(토마토)는 1kg에 3천원, 오이는 2천500원에 거래된다"고 말했습니다.
수해로 교통이 마비되면서 중국을 통해 들여오던 바나나 가격도 올랐는데, 바나나 한 꼭지에 3천원까지 올랐다면서 이는 현재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에 해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도입해 월급이 오르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일부 실시한 곳도 있지만, 경제관리체계의 지시가 오락가락해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월급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전승절을 맞아 일부 지역에서 배급을 주어 장마당의 쌀 가격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앞으로 수해복구가 지연되면 쌀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장마당 상인들은 내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얼마 전 황해도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왔다는 한 북한 주민은 "차를 타고 들어오면서 보니 곡창지대로 알려진 평안남도 안주시와 문덕군 일대의 열두삼천리벌이 완전히 물에 잠겨 벼 대들만 보였다"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중단하고 수해복구에 나섰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비료생산기지로 알려진 안주시의 남흥청년화학 공장에도 큰물이 들어와 인근 주둔부대 군인들이 동원되어 토사를 걷어내고 끊어진 도로를 잇기 위해 인력전(순수 사람의 힘으로 벌이는 노동)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이 주민은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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