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귀환] 미국민에 자부심∙감동 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나선 이번 '여기자 구출 협상'은 자국민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미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미국 사회에 자부심과 순수한 감동을 안겨주었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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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3월 17일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 미국인 여기자 두 명이 북한 군인에게 체포됐습니다. 체포된 한국계인 유나 리와 중국계인 로라 링 기자는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이었습니다. 미국은 단순한 월경이었다며 인도적인 차원에서 기자들을 석방해 주길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자들이 국경을 불법으로 침범했을 뿐 아니라 체제를 손상할 의도가 있는 적대죄를 저질렀다며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여기자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구체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자들의 석방만 가능하다면 기꺼이 평양에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마침내 5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을 데리고 미국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발을 디뎠습니다.

140여일 만의 귀환이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나선 이번 '여기자 구출 협상'은 자국민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미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한미공공정책위원회의 데이비드 리(David Lee) 회장은 더구나 이번에 북한에 억류됐던 유나 리 기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계이고 로라 링 기자는 대만에서 이민 온 중국인 2세로 아시아계란 점에서 이민 사회에 주는 감동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David Lee: 우리 여기자 문제에 대해서

전 대통령이자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으로

미국 사회에서 최고 인사로 꼽히는 빌 클린턴을 북한으로 파견하셔서 우리 한국계 여기자 중국계 여기자 두분을 미국으로 데려오셔서 크게 기쁘게 생각합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탈북자 출신 방송인 김춘애 씨는 미국인 여기자들이 공항에서 가족들과 부둥켜 안고 흐느끼는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일반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을 적국에 보내는 미국이라는 사회가 부럽다고 말합니다.

김춘애: 북한에서는 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려 국가가 인민들에게 세뇌교육을 하지만 미국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 스스로 애국심을 갖게 만드는구나 하는 점을 느꼈습니다.

과거에도 미국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고위급 인사를 평양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1994년 북한은 비행 실수로 휴전선을 넘은 미군 헬기를 격추해 조종사 1 명을 사살하고 생존자 1 명을 억류했습니다. 미국은 황급히 빌 리차드슨 당시 하원의원과 국무부 인사를 평양에 파견해 그들을 데려왔습니다.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후에도 몇차례 북한을 방문해 60년 전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미군 유골을 인수해 오기도 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사들의 유골을 지구 끝까지 가서 찾아 오고, 위기에 처한 국민들을 위해 전직 대통령도 서슴없이 나서며 때로는 군사 작전까지 동원해 구출하는 미국의 결단은 미국인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순수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