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은 실패한 구상”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즉 PSI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유출을 막는 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대신 북한을 미사일 관련 협정을 포함한 군비통제협약에 가입시키고, 북한이 항만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인 헤이젤 스미스 크랜필드대학 교수는 5일 워싱턴에 있는 동서센터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유출을 막으려고 실시하고 있는 PSI는 고비용이고 비효율적인데다, 중국이나 남한 등 지역 국가 간에 불필요한 불화를 자초하는 실패한 (unsuccessful) 구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PSI란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구상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약자로, 핵이나 미사일 등을 적재한 선박과 항공기 등을 공해상에서 수색, 차단하는 군사 행동을 말합니다.

<b>북한 선박이 대량살상무기의 밀수에 관련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b> <br/>

지난달 김명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공사가 참석한 애틀란타 국제 학술회의에서 주 강사로 강연하기도 한 스미스 교수는 국제사회가 PSI의 막대한 자금을 건설적으로 사용할 네 가지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 둘째, 북한 선박 산업의 구조적 취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 셋째, 북한 선박들이 입항하는 항구를 엄격히 관리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선박 산업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것 등입니다.

스미스 교수는 PSI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로 북한 정부가 자국의 선박을 마약유통, 돈세탁, 대량살상무기 등 불법행위에 사용한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북한 정부가 실제로 선박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불법행위에 연루된 확실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헤이젤 스미스: We can't actually find very many, very much hard evidence of North Korean ships involved in smuggling of WMD....(북한 선박이 대량살상무기의 밀수에 관련됐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스미스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영국의 권위 있는 선박 검사 단체인 로이드선급협회 (Lloyd's Shipping Register)와 항만국 통제를 위해 설립된 파리, 동경 양해각서 (Tokyo and Paris MOU) 사무국 (secretariat)의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들었습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북한의 상업 선박 (merchant fleet)은 지난해 8월 현재, 총 242척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 세계 상업선박의 1%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규모라고 스미스 교수는 설명합니다.

이 242척 선박 가운데, 절반 이상인 (53%) 129척이 재래 정기선 (general cargo carriers)이고, 14%에 해당하는 34척이 조업 선박 (fishing vessels)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의 선박은 평균적으로 29년 정도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건조된 이후 25년에서 30년 정도가 지나면 그 수명을 다하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의 선박은 상당히 노후화했다는 게 스미스 교수의 평가입니다.

게다가 북한 선박의 70%는 최대 선적량이 5,000 톤 미만으로, 3만 톤 이상을 선적할 수 있는 선박은 단 한 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이젤 스미스: Now you have to think about the global shipping industry...(국제 선박 업계는 일반적으로 25만 톤의 선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5,000톤 미만의 소규모 선박이 대부분인 북한과 크게 비교가 됩니다. 북한의 선박 현황은 한마디로 애처롭습니다. 낡고, 작은 데다 안전 관리 상태마저 매우 불량하거든요.)

이 같은 상태에 놓인 북한 선박들이 대량살상무기에 연관돼 있다고 말한 주장을 보면, 대부분 탈북자의 증언이나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 소식통에서 나왔다면서, 나중에 이들이 실제로 연관된 것으로 결론지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고 스미스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연회에 참석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표했습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일했던 관리는 일본과 유럽에서 나온 제한된 자료만을 가지고, 북한 정부가 자국의 선박을 이용해 공해상에서 불법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의 조언자였던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강연이 끝나고 나서 이어진 질의 응답시간에 북한 선박이 우려 지역인 스리랑카, 짐바브웨, 시리아, 예맨 등에 있는 항구에 입항했을 때, 얼마나 자주, 그리고 정확하게 선박 자료를 해당국에 제출하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스미스 교수는 분석 자료에서 두 척의 미국 선박이 북한의 ‘편의치적’을 이용해, 지난해 8월 현재 북한 선적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편의치적’은 선박 소유주가 세금과 선원, 안전 규정 등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나라에 자신의 배를 등록하는 제도로, 파나마와 라이베리아 등이 외국 선박을 유치해 적잖은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