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리영호는 박남기와 같은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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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갑작스런 철직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북한 주민들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청되는 과정이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형된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경리부장과 닮은꼴이라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서관히 농업비서가 처단됐고 ‘화폐개혁’ 후에는 박남기 재정경리부장이 처단됐다. 리영호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최근 숙청당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사건을 두고 북한주민들 속에서 이러한 모략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여러 소식통들이 알려왔습니다.

함경북도의 대학생 소식통은 “‘새 경제관리 체계’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주민들 속에서 혼란이 일자 리영호를 제물로 삼은 것”이라며 “김정은의 원수 칭호를 비롯해 최근 예측할 수 없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사건들이 ‘새 경제관리 체계’로 조성된 혼란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외부 세계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경제관리 체계’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북한 내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며 7월 1일 조치(2002년 새 경제관리 체계)와 화폐교환의 뼈아픈 체험이 이런 혼란을 초래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7월 4일부터 7일 사이에 당, 행정 간부들을 상대로 ‘새 경제관리 체계’도입과 관련한 해설 강연이 진행되자 남포시와 평성시, 함흥시를 비롯한 북한의 대도시들에서 일시에 장마당이 마비상태에 빠졌다는 것 입니다.

특히 평성시와 함흥시에서는 1kg에 2천3백원을 부르던 입쌀 가격이 순식간에 8천원까지 뛰어오르는 등 북한 화폐가 휴지장으로 변해 버렸다고 전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혼란을 막아야 할 중간급 간부들부터 외화 거두어들이기에 급급해 전화통에 매어달려 있다 보니 7월 5일 8시 30분경에는 전화망이 일시에 먹통이 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고 그는 현지의 혼란상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대혼란을 막고 중간급 간부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긴급조치가 총참모장 리영호를 희생양으로 삼는 충격요법이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화폐개혁 당시 관련 인물인 박남기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을 처형한 것에 비해 이번에 숙청된 리영호는 ‘새 경제관리 체계’와 아무런 연관도 없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애초에 ‘새 경제관리 체계’를 김정은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연관 인물이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도 “무슨 큰 일만 터지면 누군가가 먹잇감으로 희생된다”며 “리영호도 그런 먹잇감이라는 사실에 누구나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새 경제관리 체계’로 조성된 혼란이 김정은 정권이 처음 맞닥뜨리게 된 혼란이었던 데다 그 후폭풍이 2002년 새 경제관리 체계 때나 화폐개혁 때와 달리 순식간에 걷잡지 못할 만큼 번졌다며 이를 덮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