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외국 대사관들 물자난 심각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의 대북 수출입 금지조치가 강화되면서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도 심각한 물자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 수출입 금지조치가 강화되면서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도 심각한 물자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평양 시내에 위치한 대동강 극장과 고층 빌딩들.
유엔안보리의 대북 수출입 금지조치가 강화되면서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도 심각한 물자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평양 시내에 위치한 대동강 극장과 고층 빌딩들. (PHOTO-nk.subnetwor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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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안보리의 대북 수출입 금지조치가 강화되면서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들도 심각한 물자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에 반입되는 사치품을 포함한 수출금지 조치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들어가는 물자들이 줄어들면서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해외공관들에 대한 물자 공급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서방의 한 외교소식통이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이 외교 소식통은 "대사관들에 공급하는 식료품과 생필품의 질이 낮고 품목도 모자라 화장지조차 중국에 나가 직접 구입해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에서는 동평양에 있는 외국인 전용 공급소에서 물자를 공급 받고 있는데, 이곳의 물품은 대부분 중국산이나 태국, 말레이지아산으로 가격도 현지보다 몇 배 비싸고 질도 낮아 사용하는데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이 외교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출신 고위 탈북자들도 과거에도 물자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아 해외 공관들에서 큰 불편을 느껴왔다고 말합니다.

전 북한 외교관 출신인 홍순경 탈북자 동지회 회장의 말입니다.


“외교관들 공급소에 풍족하게 공급이 되지 않다 보니까, 외국에 나와 사들여가는 현상은 80년대 후반이후 부터 있었는데, 최근에 화장지까지 외국에서 사간다고 하면 이전보다 매우 심각해진 것은 사실이겠지요.”

그래서 주말이 되면 여러 외국 대사관들에서는 외교관들이 직접 자동차를 몰고 중국 단동에 나가 1박2일 일정으로 물건을 사가지고 평양에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경우에 외교관들은 북한 ‘안내원’의 특별 동행을 받아야 하며 가는 도중에 사진촬영 같은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이 외교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밖에 평양 주재 외교관들은 공급소에서 주는 물건 중에 부족한 것들을 평양시내 장마당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외교관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마당은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위치한 대사관 지구와 가까운 능라장마당과 통일거리 장마당인데, 이때 쓸 수 있는 북한 원화도 암달러 상인을 통해 환전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공식 원달러 환율인 1달러당 170원에 돈을 바꾸면 밑지기 때문에 이들 외교관들은 암달러 상인에게 부탁해 1달러당 북한 돈 4천원~5천 원 가량에 교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돈을 바꾸어 통일거리 장마당에서 소고기를 사면 1달러로 1kg을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싸지만 외국인 전용상점에서 구입하자면 이보다 더 큰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이 외교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최근 외국 대사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자부족 현상은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한 이후에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 대북유엔결의 1874호가 발표된 후, 국제사회는 사치품을 포함한 대북 수출금지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결과 지난달 하순 이탈리아 세관 당국은 북한으로 들어갈 양주 수백 병을 적발해 압류했고, 지난 7월 중순에는 북한 당국이 주문한 1천300만 유로(234억 원) 상당의 호화 요트 2척을 압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