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남북 합작으로 설립된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해 정식적으로 개교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이 풀어야 할 과제와 문제점 등을 노재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정식 개교한 것은 작년 10월 25일입니다. 착공한 지 7년 만입니다.
평양과기대는 한국의 민간단체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북한 교육성의 합의로 설립됐습니다. 북한의 경제개발과 국제화에 도움이 될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남북 화해와 협력의 기반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겁니다.
이 학교는 30만 평 규모에 대학본부, 연구센터, 종합생활관 등 17개 동의 교육장과 국제 수준의 화상토론실과 영상강의실 등을 갖췄습니다. 농생명식품공학부, 정보통신공학부, 산업경영학부 등 3개 학과로 구성된 이 학교는 작년 가을 개교와 함께 박사과정 60명과 석사과정 100명 등 160명을 선발했습니다. 올 3월에도 석사과정 100 여 명을 더 선발했습니다. 교수들은 전원 외국인으로 북한 교수는 단 한명도 없습니다.
언뜻 보면 학교가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는 것 같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선 애초 계획했던 남측 출신의 교수들이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한 첫 합작대학의 취지에 맞게 참여가 예정됐지만, 악화된 남북 관계와 한국 정부의 방북 불허 등으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현재로선 남북관계가 풀릴 때 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관계자:
지금 들어가 있는 교수들 가운데 60%는 한국계 외국인이고요. 미국이나 일본 동포들이죠. 그리고 나머지 40%가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온 순수 외국인들입니다.
학교 건립 비용만 약 2,000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평양과기대는 매년 100만 달러 가까운 운영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남측 교회의 헌금과 기업인들의 기부금을 통해 마련됐지만, 악화된 남북관계 등으로 재정 지원이 대폭 줄어든 상태입니다.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관계자입니다.
관계자:
모금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고요. 외국에선 그래도 모금이 되는데 한국에선 거의 1/10로 줄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평양과기대 안에 ‘주체사상연구소’와 김일성을 기리는 ‘영생탑’이 건립돼 있다는 소식이 남측에 알려지면서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학교 운영상 현지 사정을 따라야 하는 불가피함이 있다면서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학교 건립을 위해 모금활동에 참여한 남측 기독교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체제 특성상 주체사상연구소와 영생탑을 지금에 와서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박광일 실장입니다.
박광일:
불가능하죠. 없앨 수도 없습니다. 과기대도 이제 자리를 잡고 강의가 시작됐잖아요. 그렇다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거든요. 다 세워진 다음에 그러면 우리가 할테니 나가라 그러죠.
이 밖에 컴퓨터 등 상당수의 첨단 교육기자재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으로 반입할 수 없는 금지 품목으로 돼 있어 기자재 조달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의 개인 컴퓨터는 학교 내에서만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 중국에서 임대형식으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