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한국의 밴쿠버 올림픽 성과 Q/A

북한은 한국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선수의 성적은 물론 자국 선수의 출전 자체까지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당국이 자국의 초라한 성적과 이와 대비된 한국의 훌륭한 성과를 인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 북한은 자국의 성적은 물론 출전 자체까지도 이야기하지 않고 한국이 이룩한 성과도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부터 먼저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 북한은 밴쿠버 동계 올림픽 대회가 시작한 지 2주일 만인 28일 처음으로 올림픽 소식을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방송은 ‘국제 체육 소식’ 프로에서 3분 가량 남자 스키 점프, 남자 5천 미터 속도 빙상, 여자 7.5킬로 바이애슬론 등을 보여주고 나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는 중요한 사항이 빠져 있습니다. 한국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를 차지했고 북한은 여자 속도 빙상500 미터에서 9위, 남자 휘거 (피겨) 개인에서 25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없었습니다. 한국이 거둔 빛나는 성과와 이것과 대비되는 북한의 성적, 그리고 북한의 출전 자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앵커

: 한국이 동계 올림픽의 전통적인 강국인 북미와 유럽의 국가와 대등하게 거둔 성과가 눈에 띕니다. 한국이 거둔 성과의 의미를 짚어 주시겠습니까?


기자

: 한국 선수단은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한국이 딴 금메달 6개는 캐나다, 독일, 미국, 노르웨이의 뒤를 잇는 좋은 성과입니다. 국가별 순위를 메달 총수로 따져도 이는 7위에 해당하는 결과입니다. 메달도 남자와 여자 속도 빙상, 짧은 주로 속도 빙상은 물론 여자 피겨 등 여러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썰매 3종목과 각종 스키 종목에도 출전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속도 빙상 500미터 경기에서 따낸 금메달은 아시아인으로서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이어서 정말 의미가 있었습니다. 여자 피겨 개인에 출전했던 김연아 선수는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일부 일본 선수를 제외하고 서구인의 독무대였던 이 종목에서 다른 선수가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연기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면서 금메달을 따는 데 성공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온갖 찬사를 받아 한국인의 긍지를 드높였습니다.


앵커

: 조금 전 언급한 김연아 선수가 특히 귀에 들어옵니다. 김 선수가 어떻게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는지 배경을 설명하고 실례도 들어 주시지요?

기자

: 김연아 선수는 이 종목의 쇼트 프로와 프리 프로에서 모든 경쟁자를 압도적으로 물리치며 완벽한 연기를 펼쳐 역대 최고인 228.56점을 기록했습니다. 전세계의 언론 매체는 김 선수의 환상적인 연기에 완전히 홀려 ‘피겨 여왕’ ‘피겨 여제’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김 선수의 세계 신기록은 아마 깨지기 어렵다고 보이며 이제 김 선수는 한국의 여왕에서 벗어나서 세계인의 여왕이 됐다”고 논평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신문 <르 몽드>는 “김 선수의 탁월한 기량과 재능에 감동한 캐나다 관중은 국가적 자존심도 잊은 채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갈채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대회 전에 이미 김연아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여서 미국의 유명 신문 뉴욕 타임즈, 월 스트리트 저널 등이 크게 다루었습니다.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인 NBC가 김 선수의 경기와 시상식까지도 생중계한 점을 보면 김 선수의 세계적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앵커

: 김연아 선수의 이번 쾌거나 한국의 성과는 남조선과 북조선 인민에게 무한한 긍지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조선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이 소식을 왜 인민에게 전하지 않습니까?


기자

: 북한 당국이 남조선의 국가 위상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남조선은 경제 강국에 이어서 스포츠 강국으로도 우뚝 섰습니다. 북한 인민이 이런 소식을 들으면 바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고 현재의 북조선을 생각하게 됩니다. 북한 지도부는 북한이 지상낙원이며 남한보다 더 잘 산다는 거짓말을 해왔습니다. 한국이 차지하는 이러한 국제적인 위상에 북한의 거짓말은 더 통하기가 어렵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사실을 그대로 알리다가는 북조선이 남조선과 벌였던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는 점을 인민에게 인식시키게 됩니다. 북한 당국은 이 점을 우려해 한국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룬 대단한 성과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 북조선 당국은 이처럼 전세계인이 모두 아는 김 선수의 쾌거와 남조선의 성과를 인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 이것은 우민화(愚民化)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인민이 외부 소식을 알고 이를 근거로 나름의 견해를 갖고 정권에 비판적인 안목을 갖는 일을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소식이 북조선 내부로 전해지는 사태는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정보 공유를 통한 발전보다 정보 차단을 통한 체제 수호에 주안점을 둡니다.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는 정보의 공유를 통한 발전을 꾀합니다. 북한 당국이 정보를 차단하면 북한 인민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민이 알아야만 비판을 하는데 알지 못하니 비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국민은 모두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고 즐기는데 체제 수호의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 인민만이 이를 못한다는 데 비극이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김 선수 이야기를 모르는 나라는 북한 이외엔 없다고 보입니다. 이런 행태는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방안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서 우뚝 서려면 서방 국가와 비슷한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이 이번에 거둔 성적도 경제 성장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가 있나요?

기자

: 그렇습니다. 남조선의 경제 규모는 세계 12위입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항제철 등은 세계적인 기업입니다.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시작한 경제 개발을 초석으로 해 민주화와 경제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국가, 호주, 뉴질랜드, 일본, 싱가포르 등을 제외하면 한국보다 더 잘사는 나라는 이제 없습니다. 한국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룩한 성과는 이런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가 거두는 스포츠의 성과는 경제력과 정비례합니다. 한국은 경제력이 있으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 매달 1천 달러를 평생 지급합니다. 북조선 사람도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남조선 사람이 하는 일은 북조선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북한에 들어선 1인 전제주의 때문에 남조선이 누리는 이 정도의 이런 경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앵커

: 네, 지금까지 북한이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룩한 남한의 성과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인민을 우민화하려는 이유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