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김정일 사후 권력세습, 인권상황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사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은 전세계의 이목을 북한에 쏠리게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정세와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에 관한 관심과 분석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 언론의 관심은 대개 북한의 통치권 이양, 그러니까 권력세습에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 권력승계 과정에서 북한 권력층의 내분이나 권력투쟁의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김정일 사후 북한의 앞날과 김정은의 권력 세습과정, 그리고 향후 북한 인권상황 등에 관한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대담에 참석하신 세분의 북한 전문가들의 말씀을 통해 북한정권의 앞날을 짚어보려 합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먼저 오늘 좌담회에 참석하신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세계북한인총연맹의 안찬일 총재님, 그리고 북한전략센터의 김광인 소장님,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님이 참석하셨습니다. 여러 선생님들, 대담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중석: 첫 번째 질문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는 소식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북한 권력층 내부의 당혹감도 클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김정일 사망이 북한 권력층과 일반 주민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먼저 안찬일 총재께서 말씀해 주실까요?

안찬일: 북한 사회를 수 십년간 체험하고, 자유세계에서 살아본 저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위기에 처한 북한사회에서 김정일의 사망은 마치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 같은 큰 충격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는 어느 정도 진실의 슬픔이 있었지만, 김정일 사망은 슬픔보다는 마음속으로는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외형적인 슬픔의 모습을 보면 김일성 때는 소낙비라면 지금은 가랑비 정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 주민들이 그동안 너무 고단하고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살아 왔기 때문에 모든 2천만 주민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대한 가능성, 또 새로운 희망이 움트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 일반 주민들이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희윤: 김정일의 죽음은 먼저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권력층은 상당한 충격일 것이고, 앞으로 다가올 권력 투쟁이나 변화에 대해 두려움이 엄습하리라고 봅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상당히 무덤덤하다고 합니다. 김정일 체제하에서 크게 나아진 것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김정일 사망 후에 상황이 더 암울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없는 상황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제대로 접근하고 희망의 메세지를 준다면, 희망의 싹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한국을 비롯한 외부세계의 초미의 관심은 북한의 권력 승계 문제입니다. 약관 29세의 김정은이, 김정은이 28살이란 주장도 있습니다만 아버지 김정일이 쥐고 있었던 막강 권력을 그대로 물려 받을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순조롭지 못할 경우,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광인 소장님부터 말씀하실까요?

김광인: 방금 김정은 나이 얘기가 나왔는데요. 김정은이 29세라고 나오는데 사실 84년생이 맞습니다. 바로 위에 김정철이 81년 9월생이니 만약 82년 1월생이라고 한다면 형제가 4개월밖에 차이가 안 나요. 그동안 김정일이 막강한 권력이 누려왔습니다. 우리 반만년 역사 중에 과연 이런 지위와 권한을 누린 권력자가 있었을까요? 최고 통치자, 막강한 지도자 김정일이 갑자기 사망했는데요. 저는 3대 세습은 멀리 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연사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자연사가 아니라면 굉장한 의미가 있는 거죠. 그렇다면 순조롭게 김정은에게로 권력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질서를 유지하고 민중들을 먹여 살리는 겁니다. 일단 장례식이 끝나고 북한 지도부가 민생을 안정 시켜야 합니다.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려면 개방을 해야 합니다. 개방을 하면 그동안 북한체제가 얼마나 엉터리였고, 장군님이 얼마나 악독한 독재자였는지 다 노출하게 되니까 북한 주민들이 술렁이게 될 수 있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급변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희윤: 결론적으로 김정은 체제로의 이양은 결코 순조롭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약관의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받치고 있는 세력도 굉장히 취약하고, 중국의 김정남이라는 존재도 분명 있고요. 주민들의 반발에 의한 급변 사태는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반에 군대는 외부세력에 대한 영향력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에 군부가 급변사태를 주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안찬일: 군부의 변수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김정은이 등장한 지난 9월, 3차 당 대표자회의에 3대 세습을 국가안전보위부라는 공안통치로 기반을 닦으려다 보니 무려 300여 명이 넘는 장성들이 한번에 군복을 벗었습니다. 지금 북한 군부의 중상층부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일만 명도 안 되는 국가안전보위부를 가지고 197만 명에 달하는 중무장한 정규군을 어떻게 먹이고 입히느냐고 볼 때 앞으로 리비아처럼 군부가 충성파가 아니라 반군으로 전환한다면 김정은 체제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의 군부를 먹여 살릴 군량미가 모자라서 군인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또 군량미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년 강성대국을 위해 안 주고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도희윤: 북한의 기본 통치 방식은 굶주림과 공포 정치입니다.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정치범 수용소가 그 예이지 않습니까? 결국 배고픔이라는 것은 북한의 통치 방법의 하나입니다.

안찬일: 북한이 군량미를 전쟁을 3개월 치를 수 있게 준비해두고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주민들의 인심을 얻기 위해 군량미 갹출을 취소한다고 했다가 군부가 반발했습니다. 군부나 민간인 모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죠. 먹는 문제는 북한이 개방을 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숙제입니다.

김광인: 북한은 식량이 늘 부족하죠. 내년에 강성대국 선포를 하려면 뭘 좀 먹이고 해야 납득이 되니까 아마 4.15를 기준으로 군인들에게 쌀을 주려고 일부 비축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중석: 김정일은 인민을 굶기고 고생시켜가면서 핵개발을 서둘러 왔습니다. 김정일 사망을 알리는 부고에서도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김정일 업적으로 들고 나왔지 않습니까? 과연 북한은 확실한 핵 보유국인가요? 또 북한의 핵이 앞으로 한반도 평화안정의 걸림돌이 되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광인: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핵 기술이라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각에 핵을 터트릴 수 있는 기폭장치 기술이 있어야 하고 미사일 기술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데 제가 알기로는 북한은 그런 기술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고 할 수 없고 국제사회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인 중국조차도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만이 살아 남는 길입니다.

도희윤: 북한의 핵은 앞으로 대외에 과시하고 협상용으로 나올 때 명백한 한반도 안정을 저해시키는 위험요소가 되는 거죠. 핵 플러스 인권이라는 문제를 결합시켜 북한 정권을 최대한 벼랑으로 몰아낼 때에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하는 요소를 제거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찬일: 러시아의 국제관계 씽크탱크인 'IMEMO'가 최근에 언급한 것처럼 북한의 핵은 설사 있다고 해도 매우 조악하고 무기로서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진단합니다. 북한이 강성대국 허풍을 떨다 보니 무리하게 핵을 내세우고 북미관계 다리를 놓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볼 때 북한이 핵을 가지고 국제관계 협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단기간 내에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미국 정부기관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다만 탄두에 장착하는 기술, 기폭장치가 아직 덜 개발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광인: 핵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경량화를 해서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는 기술이 어려운 겁니다. 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서 원하는 시간에 터뜨리는 기폭장치가 어렵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북한은 그런 기술 근처에도 못 갔습니다.

안찬일: 북한이 국방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재화가 고갈되고 군수공장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몇 차례 핵실험은 단지 내부용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이지 정밀한 무기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기술적인 접근에는 거리가 있다고 봅니다.

도희윤: 저도 한국, 미국의 정보기관이 정확하게 실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중석: 김정일 통치기간 동안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국가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김정일의 철권통치가 그만큼 무자비하고 잔혹했다는 얘기인데요. 김정일이 사라진 지금 북한의 인권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여기시는지요. 이 문제는 도희윤 대표께서 먼저 말씀해주실까요?

도희윤: 단기적으로는 불안한 김정은 체제에서 내부 단속에 강력하게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북한 주민에 대한 탄압이 가중될 염려가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주민을 먹여 살리고 삶의 질의 높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혁 개방으로 해서 인권, 삶의 질을 개선될 여지는 남아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 지도부가 체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김정은 체제를 앞세운 것 같고요. 당분간은 인권 개선의 여지는 크지 않겠죠. 다만 체제 안정에 자신이 생기면 단계적이지만 개방도 하고 인민들에게 최소한의 기본권을 열어주지 않을까 희망적인 기대를 해봅니다.

안찬일: 작년 김정은 체제 출범할 때 대사령을 내려 15만 명의 경제범을 풀어놓고 마치 인권을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선전을 했습니다. 아직도 북한에 저항했던 15만 명 이상의 정치범은 거의 그대로입니다. 김정은이 군부보다 국가안전보위부에 의지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할 때는 인권개선은 요원한 것입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사람을 잡아 가두고 감시하는데 이런 기구를 해산하고 자유를 줘야 그 체제에 미래가 있는 것이지요. 이런 공안기구들을 강화한다면 김정은 체제는 자기 적을 더 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오중석: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을 숙청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김정은이 자기 아버지가 없는 상황에서 권력을 단단히 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탄압하고 숙청하지 않을까요?

도희윤: 북한의 역사를 보면 정확하죠. 정권을 넘겨받을 때 북한 내부에서 어마어마한 피바람이 불었죠. 김정은 시대는 체제가 더 불안하기 때문에 피의 숙청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안찬일: 김정은이 등장 이후에 인권침해가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국경을 철저히 봉쇄해 탈북자를 통제하고 심지어 사살하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그 추종자들이 얼마나 더 폐쇄사회를 끌고 갈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규탄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광인: 김정은이 그동안 해 온 행동을 보면 이 체제가 어떻게 갈지 단기적으로는 짐작이 가능합니다. 우선 화폐개혁을 단행해서 더 어렵게 만들었고, 150일 전투니 200일 전투니 해서 사람들을 고단하게 했습니다. 주민들에게 배급도 못 주면서 알아서 잘 먹고 사는데 장사를 못하게 시장을 통제하고 탈북자들을 막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김정은 체제는 단기적으로 주민들을 더 탄압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기 권력을 확보하려면 반대자가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그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다만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하면 인권이 조금씩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중석: 김정일 사망 이후에 한국과 국제사회는 많은 대응책을 상의했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 한국정부가 조문단을 보내지는 않지만 조의를 표명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향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안찬일: 북한은 리더십의 고갈, 재화의 고갈, 희망의 고갈 등 북한 사회주의의 최저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과연 철부지 지도자가 이끄는 북한 정권이 내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고 체제 재생산을 할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외부에서 들여와야 합니다. 남한 정부는 개인적인 자격으로 이희호 여사, 현정은 대표를 북한에 보내는 아량을 베풀었습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노력에 성의를 표시하고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사과를 표시하고 남북관계에 문을 열면 북한정권에 미래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혀 희망이 없다고 봅니다.

김광인: 지금 주변 국가 중에 북한의 체제가 급격히 요동치길 바라는 나라는 없습니다. 북한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이 되고 서서히 변화하고 인민들이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고요. 특히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일단 지지했지만 이건 북한 내부가 안정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지는 않지만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도희윤: 우리 정부의 발표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아주 적절한 조치였다고 환영합니다. 이럴 때 우리 정부나 NGO단체의 역할분담이 중요하고요. 특히 한국, 미국, 일본 3국이 동북아 안정을 위해 동맹을 강화해서 혼란스러운 한반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 행복한 통일을 여는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마련한 김정일 사후 북한정세에 관한 대담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대담에 참여해주신 세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