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개성공단 실무 회동 Q&A]

오는 11일에 열리는 남북 간의 2차 개성공단 실무 회동에 관해서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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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북측이 2차 '접촉'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어쨌든 남북 대화를 갖자고 한 거네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금 상황이 굉장히 복잡한데, 북한이 일종의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2차 핵실험에 이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를 논의하는 상황인 데다가, 서해 상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이라서 북측의 제안은 좀 "뜻밖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북측이 사용한 표현이 '접촉'입니다. 이건 '앉아서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이라기보다는 '내가 할 말이 있으니 나와 보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11일 2차 회동의 결과가 그리 긍정적이진 않을 걸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북한이 대화하자고 제안한 의도가 궁금한데요. 북한이 개성공단 문을 닫을 작정까지도 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박성우: 네, 대다수 전문가는 북측이 개성공단 폐쇄까지 염두에 두는 걸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문제가 되는 건 '누가 문을 닫도록 하느냐' 그러니까 누가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지느냐는 데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개성공단에 나가 있는 중소기업을 생각해서라도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하는 거고요. 반면에 북한은 나중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외국의 투자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개성공단을 자기 손으로 닫아버리면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 이런 상황 때문에, 북측은 남측이 어쩔 수 없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진행자: 그럼 북측이 오는 11일 남북 간 개성공단 회동에서 내 놓을 대남 압박책은 뭐라고 보면 되나요?

박성우: 네, 주목해야 할 게 바로 지난 5월27일,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내놓은 성명입니다. 이 성명은 한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한다는 선언을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하면서, 북측은 "전시에 상응한 실제적인 행동조치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게 서해 상에서 무력 도발을 시사한 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말을 남측에 대한 '전 방위적인' 압박 조치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북측은 현 시점이 '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땅에 있는 개성공단으로 하는 입출경(入出境)을 더욱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이번에 갖고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여기에 덧붙여서 북측은 개성공단의 임금과 토지 사용료를 '현실화'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한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남측 기업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짐을 싸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이런 모든 과정을 국제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아무리 북측이 개성공단 폐쇄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더라도, 그 과정을 살펴보면 누가 폐쇄를 유도했는지 알 수 있다는 거지요.

진행자: 알겠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겠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 보겠습니다. 북측이 대화하자고 제시한 시점이 11일인데요. 의미하는 바가 뭐라고 보면 되나요?

박성우: 네, 그야말로 다목적입니다. 우선, 1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날이 6월 15일이지요. 6.15 선언 9주년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북 대화를 하자고 한 건데요. 북측은 6.15 선언을 이른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그 산물의 하나로 개성공단이 문을 열었는데, 이게 운영이 잘 안 되는 이유가 바로 '남측이 6.15 정신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북측이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 일정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10일에는 국무부의 커트 캠블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 출석합니다.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보통 동아태 차관보라고 부르는데, 이 직책은 한반도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합니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또 캠블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 다음날인 11일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불러 북한 문제에 관한 첫 공개 청문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 청문회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국의 대북 제재 문제 같은 중요 현안이 논의될 자리이기 때문에, 북한은 이목이 북한 문제에 모인 틈을 타서 개성공단을 이용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 걸로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