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 개최가 가시거리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가 10일 북한이 제안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수락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양국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시작되는 양자회담을 앞두고 전략 세우기에 더욱더 부심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정부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초청을 받은 지 3개월만에 크롤리 차관보를 통해 발표한 수락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허형석: 미국과 북한은 양자회담의 개최를 기정사실화했다가 이번 발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회담을 시작하는 채비를 갖추게 됐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뒤 미국을 상대로 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양자회담을 열자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은 ‘대화 복귀-협상 결렬-도발 행위’를 반복한 북한의 협상 행태에 다시 휘말리지 않겠다면서도 북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기 위해 북한의 줄기찬 요구에 충분히 뜸을 들이다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젠 개최 시기만 남았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크롤리 차관보 발표는 미국과 북한 간의 본격적인 양자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앵커: 조만간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진행할 미국과 북한 간의 양자회담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허형석: 이번 북미 양자회담은 미국에서 오마바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접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다 실질적으로는 이 회담이 양국의 고위급 회담이라는 데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에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고위급 대화를 열어보려 시도했지만 김계관 외무성 부상만을 상대하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한 직책을 맡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각별한 신임을 받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간에 실질적인 토의가 있을 전망이어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전략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미국은 이번 북미 대화가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합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대화 초점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9.19 공동성명 이행의 재다짐”이라며 “다른 주장은 다른 장이 열려 있고 그때 제기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를 비롯한 북핵 문제가 양자회담이 아닌 6자회담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이 접촉을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도록 설득하고 오마바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이득을 설명하는 자리로 한정합니다. 미국의 이런 입장은 이 자리를 북한이 제기하려는 국교정상화와 평화 체제, 북핵 폐기와 보상 문제 등를 논의하는, 양국 간의 본격적인 회담장으로는 삼고 싶지 않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2일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한국의 연합뉴스와 서면 회견을 하고 양자 회담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열린다면서 이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로 국한하며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뜻을 시사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전략은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북한은 6자회담에 불참한다고 올해 4월에 선언하고 나서 정말로 어렵게 마련한 북미 양자회담을 핵 문제를 비롯해 여러 현안을 해결하는 데 최대한으로 활용할 전략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핵 문제의 근원이라는 논리를 갖고 핵 문제를 비롯한 모든 현안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양자회담에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북미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의 폐기, 평화 체제의 전환과 같은 문제와 연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도 말씀을 드린 대로 북한은 전세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적대국이자 초강대국인 미국과 현안만 해결하면 체제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북미 양자회담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복안입니다. 미국과 담판해서 나온 이런 결정은 다른 나라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회담 횟수를 최대한 늘리며 이 회담을 두 나라 간의 현안을 협상하는 자리로 활용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습니다.
앵커: 양측의 전략이 이처럼 확연히 다른데 북미 양자회담이 제대로 열릴 수 있겠습니까?
허형석: 그래서 일단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며 서로 이견차를 좁힐 징조를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폐와 같은 6자회담 복귀 이외의 의제를 들고 나올 경우 회담은 난항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외무성이 2일 “조미가 먼저 합리적 해결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점을 보면 회담의 전도가 그다지 밝아보이진 않습니다. 여기에다가 미국은 양자회담을 한두 차례로 끝낼 생각인 반면 북한은 4-5 차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도 회담의 전도를 어둡게하는 요인이 됩니다. 그렇지만 모든 회담에서 상황은 항상 가변적입니다.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비롯해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올 때 회담은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회담 성공의 관건입니다.
앵커: 이번 북미 양자회담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상대역으로 예상되는 강석주 외무성 제1 부상은 어떤 인물입니까?
허형석: 강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북한의 ‘외교 실세’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당초 북한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상대역으로 6자회담 대표로 활동한 김계관 부상을 내정했습니다. 그런데 강 제1부상은 미국이 양자회담을 여는 조건으로 김 부상보다 거물급 인사를 북한측에 요구하면서 상대역으로 등장했습니다. 강 제1 부상은 1993년 6월 뉴욕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부터 북한 대표로 나서서 1년 이상 협상을 지속하며 제네바 협의를 이끌어내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게 됐습니다. 강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이 주요 인사를 면담할 때마다 배석합니다.
앵커: 가시권으로 들어온 북미 양자회담은 언제쯤 열리게 되나요?
허형석: 그 시기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끝내고 또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 기간이 지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이후와 크리스마스 이전으로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연말 또는 연초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허형석 기자와 함께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 전략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