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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무시한 북한 지도부의 지나친 실적강요로 당, 행정기관의 기층조직들이 흔들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실하게나마 유지돼 오던 말단 조직들이 후계자 김정은의 성급한 물갈이 정책으로 인하여 와해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말단 기업소 간부들과 노동당 지역 세포 책임자들이 앞 다퉈 ‘사직서’를 내고 있어 당, 행정기관 기층조직들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위연 토끼목장 지배인 자리가 벌써 다섯 달째 비어있다”며 “요즘은 웬만한 공장 지배인은 물론 당 세포비서들까지도 더 이상 못해먹겠다는 것이어서 시 당 간부부가 강제로 간부사업(임명)을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 기층간부들의 사직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 후계자 김정은이 “젊고 능력 있는 일꾼들로 간부 대열을 강화해 사회를 활력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이후라고 합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은 생산을 맡은 행정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고 대신 젊은 제대군인 출신 대학졸업생들로 그 자리를 메우려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치로 양강도 당국은 지난 3월 말, ‘기관장, 초급일꾼회의’를 열고 “지난 150일 전투기간 동안 아무런 생산실적도 없는 기관장, 초급당 비서들은 스스로 자리를 내 놓으라”고 선포했다는 것입니다. 회의가 있은 후 열흘도 못 되는 사이에 혜산시 대부분의 공장기업소 책임자들이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시 당 간부부에 사직서를 내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로 적지 않은 기업소 책임자들을 갈아치웠지만 새 간부들이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생산을 위한 아무런 조건도 보장해 주지 않아 오히려 공장들은 더 엉망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초기에는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러한 기관장 자리를 마다하지 않던 제대군인 출신 대학생들도 최근에는 오히려 자신의 발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서 간부사업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 소식통도 올해 농사가 안된 원인중의 하나가 “국가계획을 미달한 작업반장, 분조장들을 모두 해임한다는 조치 때문 이었다”며 “애초에 국가계획을 못한다는 것은 뻔했기 때문에 자리를 내 놓을 각오를 한 작업반장, 분조장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옛날에는 세포비서나 분조장 한 자리라도 따야 사람값에 든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생산을 못하는데다 각종 동원이나 사회적 지원을 비롯해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로 지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자리에 가지 않으려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당, 행정기관은 물론 북한군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군대의 하급 지휘관들 사이에서 군 복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며칠 전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해드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