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러에 추가로 개방한 라진항 Q/A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라진항을 추가로 개방해서 관심을 끕니다. 북한은 유엔의 경제 제재와 화폐 개혁의 실패로 발생한 심각한 경제 난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라진항을 추가로 개방했다는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이 이야기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한 길림(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이용희(리룽시) 당위원회 부서기의 말로 알려졌습니다.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를 비롯한 중국의 언론매체는 8일 리 부서기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라진항 3호 부두를 5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러시아에다 제공했고 한편으로는 2008년 중국에 주었던 1호 부두의 사용권을 2028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1호 부두를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것이 끝나는 대로 물류 수송을 시작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라진항을 임대한 중국 기업은 대련(다롄)에 있는 창리(創立)그룹입니다.


앵커:

북한은 어떤 계획이 있길래 이처럼 라진항을 중국과 러시아에 추가로 개방했습니까?



기자:

북한의 외자 유치를 담당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고위 관계자의 말에서 북한의 계획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24일 연합뉴스와 한 회견에서 “북한 당국이 두만강 개발계획을 축으로 국제 투자를 유치할 복안을 갖고 있다”면서 “라선특별시와 청진항을 잇는 일대를 북한-중국-러시아를 연결하는 동북아 물류, 교역의 중심지로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작년 11월 유엔의 경제 제재에 불만을 품고서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해 온 북한-중국-러시아 3국의 두만강 개발계획에서 탈퇴했으나 조만간 복귀한다고 알려졌습니다. 10일 첫 이사회를 열고서 출범한 국가개발은행이 이곳의 경제 개발을 주도하며 조선대풍그룹이 외자를 유치하는 일을 맡습니다. 두만강 개발을 축으로 하는 라선-청진의 개발이 핵심 계획입니다.


앵커: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어떤 복안이 있어 라진항 사용권을 따냈습니까?


기자:

중국 지린성은 현지 물품을 동해를 통해 상하이를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나르는 한편으로 일본을 위시한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려는 점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라진항을 사용한다면 일본 수출이 10시간에 가능합니다. 2월 28일 지린성의 손정재(쑨정차이) 당서기는 북한 노동당의 김영일 국제부장에게 국무원이 지난해 확정한, 장춘-길림-도문을 잇는 ‘창지투 (長吉圖) 개방 선도구' 사업을 설명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도 라진항이 국제 물류기지로 개발된다면 사할린과 시베리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이곳으로 보내서 주변국에 판매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 작업을 위해 작년 7월 라진-하산 철도의 복원과 라진항 개선에 합의했습니다.

앵커:

중국과 러시아는 이처럼 라진항을 사용하려는 경제적 필요를 강하게 느낀다고 보입니다. 라진항이 어떤 지정학적인 의미를 지녔기에 두 나라가 이 항구를 사용하려고 하나요?

기자: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라진항을 낙후한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경제전략적 요충지로서 주목해 왔습니다. 중국의 동북 도시인 훈춘(琿春)은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 라진항과 93킬로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중국 신문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즈는 10일 중국이 라진항 사용권을 얻어 1세기만에 동해 길을 열었다고 지정학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시베리아와 사할린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인근 국가에 판매하는 중계 무역항으로 부동항인 라진항을 주시해 왔습니다.

앵커:

북한이 라진항을 추가로 개방한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경제난의 타개가 주요 이유로 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제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경제 제재, 작년 말과 올해 초 실시한 화폐 개혁과 시장 폐쇄 등으로 경제 난국을 맞았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는 경제 활동이 있어야만 합니다. 돌파구를 찾으려는 방안의 일환으로 라진항의 추가 개방이 있었다고 분석됩니다. 이 조치는 북한이 인접국 중국이나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서 유엔의 제재 결의 제1874호를 피해 보려는 속내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라진항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요?

기자:

9일자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면 난제가 산적했습니다. 중국의 라진항 진출에 선행해야 하는 도로 건설부터 이견이 나옵니다. 중국은 새 고속도로를 희망하는 반면 북한은 기존 도로의 고속도로화를 요구합니다. 새 고속도로는 노선이 길어, 보안을 강화해야 하는 북한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또 북한이 라진항 부두와 국제 물류기지를 개발하는 데 드는 외자를 유치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거래 기준을 잘 준수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유엔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투자를 할 상대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 일본, 미국 등의 투자를 끌어오지 않는 한 라진항의 개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앵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12월 라진항을 갖고 있는 라선시를 18년만에 방문했습니다. 그 방문은 이번에 알려진 라진항의 추가 개방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요?

기자:

관련이 있다고 보입니다. 라선시는 1991년 라진과 선봉을 묶어 첫 경제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됐지만 외국 투자가 없어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북한이 계획경제를 더욱 강화하는 시기에 그곳을 방문해서 의문을 자아냈습니다. 그 답이 이번의 추가 개방으로 나왔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대외 교역을 통해 외부에서 재화와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로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라선시를 “매우 중요한 대외 무역기지의 하나”라면서 “대외 활동을 진공적으로 (적극적으로) 벌여 대외 시장을 끊임 없이 넓혀가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번에 나온 라진항의 추가 개방을 염두에 두고 나왔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라진항의 사용 권한을 중국과 러시아에 주었다는 소식에 대해서 한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북한과 중국 및 러시아 간의 이 같은 경제 협력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주시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조치 때문에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이 건설되는 사례는 없다고 파악합니다. 또 라진항 사용과 관련해서 실제 투자가 있을지와 이 문제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지는 앞으로 더 과정을 살펴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라진항의 추가 개방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