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사들이 송출하는 주파수를 차단하기 위해 국경일대에서 방해 전파를 집중적으로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외부 소식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외부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북중 국경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북한인권 관계자들과 현지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대북 라디오 방송 청취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 라디오 방송도 잘 안 들려요, 그게 1월부터 시작해서 3월부터는 무산일대에서는 완전 불통이 되었고,…
내부 주민들과 정상적으로 연락하고 있는 김 대표는 북한당국이 올해 1월부터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라디오 방해 전파를 집중적으로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대표는 북한 현지 주민들을 통해 조사한 자체 방송 수감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광백 대표: 우리는 대부분 신의주 쪽과 함경도 쪽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그곳 사람들은 '최근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다 날씨에 따라 둘쭉 날쭉 하고 있는데, 어쨌든 최근에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아지면서 작년 말이나 올 초보다는 좀 더 방송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 전력 사정이 나아지면 상대적으로 보위부가 방해 전파를 쏘는데 더 많은 전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북한 청취자들에게는 해가 된다고 그는 반응했습니다.
자유조선방송은 자신들이 진행하는 방송의 수감도를 알아보기 위해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손전화기를 들여보내서,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손전화 수화기를 직접 라디오에 대어 한국에서도 음질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특히 북한은 인구 밀집 지역인 신의주 지역에 출력이 큰 라디오 방해전파를 발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동 지방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한 한국인은 "보통 북한 보위부가 방송이 시작되는 밤 12시에 방해전파를 쏘기 시작하는데, 어떤 때는 치익~치익하면서 음질이 찢기거나 부르릉~하는 기계소리 같은 잡음이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근 10년 째 자유아시아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그는 "신의주시의 경우에는 도시가 다 정전된 것 같은데도 방해전파는 계속 쏘는 것 같다"고 반응했습니다.
중국 단둥 지역은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용천군, 의주군과 접경한 국경지방으로 이곳 북한 주민들은 대북 방송을 통해 외부 세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체제수호 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의 기능과 역할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우선 지난 4월 김정은 체제가 시작되면서 국가안전보위부 수장이었던 우동측 제1부부장이 물러나고, 인민군 보위사령관 경력을 가진 김원홍이 국가안전보위부장으로 교체되면서 국경봉쇄와 외부정보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 산하에 외부 정보를 차단하는 정예인력을 꾸리고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외국에서 비싼 전파 방해 장비를 들여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보위부가 쏘는 라디오 방해전파 기기의 성능이나 출력, 제품의 제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김용화 대표: 독일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독일제라고 하는데 어떤 것인지는 잘 몰라요.
북한은 열악한 외화난 속에서도 체제 보위수단인 보위부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한 보위부 출신 탈북자는 "북한은 병원 수술장을 정전시키는 한이 있어도 보위부에는 무조선 전기를 공급한다"면서 "정전이 자주 되는 것에 대비해 보위부 방해전파 부서는 예비 발전기를 차려놓고 방해전파를 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있을 당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북한이 조선중앙방송이 끝나는 밤 12시부터 집중적으로 라디오 방해 전파를 발사하기 시작한다"면서 "그때면 얇은 동선을 집 창문에 있는 방범 철창에 연결해 라디오의 안테나와 연결시켜 듣기도 했다"고 청취요령을 이야기했습니다.
강화된 북한의 대북 라디오 방해전파 발사에 대해 한국의 대북라디오 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광백 대표는 북녘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외부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라디오 전파의 다양성과 출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광백 대표: 저의 생각에는 그러한 방해전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라디오를 듣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대북방송들이 주파수를 한두 개 가지고 출력이 약한 단파를 송출하는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AM주파수를 남한에서 직접 강하게 송출하면 그런 방해전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듣고, 의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는 "라디오 단파를 이용하면 적은 출력으로 먼 거리까지 보낼 수 있지만, 날씨의 영향과 방해전파에 취약하다"면서 "중파를 쏘게 되면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덜 받고 출력이 강하면 북한 청취자들에게 좋은 음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가 AM주파수를 대북민간방송들에 전격 지원하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