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동유럽의 공산주의 독재 체제가 무너진지 20년을 기념하는 해입니다. 20년전인 1989년 11월 동서독 젊은이들이 동서독의 분단, 또 소련이 지배하던 공산주의 독재 세계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분단을 상징하던 베를린 장벽을 망치로 무너뜨렸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19살까지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체스쿠 공산주의 체제하에서 살았기 때문에 베를린 장벽 붕괴는 저에게도 의미가 깊습니다. 그래서 요즘 그시대를 묘사하는 책이나 영화를 예전보다 더많이 봅니다.
며칠 전 DVD로 '레닌과의 이별'이라는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레닌과의 이별'이라는 독일 코미디 영화는 2003년에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영화는 유명한 베를린 영화제에서 유럽영화최우수상, 인기상, 최우수영화대본상과 주연상을 받으며 투자에 비해서 10배나 넘는 돈을 벌었습니다.
이 영화는 모든 유럽인들, 특히 공산주의 시대의 어려움을 겪었던 동유럽 사람들이 많이 즐깁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알렉스라는 젊은 남자입니다. 알렉스는 동독 사람이며 동독의 공산주의 정부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에 민주주의 운동을 하다 악명높은 동독 비밀경찰에게 체포당합니다. 알렉스의 어머니는 공산주의를 진심으로 따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들인 알렉스가 반공산주의 운동을 하다 비밀 경찰에게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심장 마비로 쓰러져 8개월동안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그 8개월동안 동독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동서독 젊은이들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며, 동서독은 통일됩니다. 알렉스도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 교도소에서 무사히 나옵니다.
어머니를 많이 사랑하는 알렉스는 엄청난 고민에 빠집니다. 8개월동안 혼수 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어머니가 또 다시 충격을 받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와해된 후의 세상은 알렉스 어머니가 정신을 잃기 전의 세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공산주의를 너무나도 믿는 알렉스 어머니는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져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충격을 받아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알렉스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실제 세상을 어머니가 못보게 해야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는 어머니를 세뇌시켜 살게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알렉스의 블랙 코미디가 시작됩니다. 그는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해 집에서 소규모의 공산주의 세상을 창조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는 어머니의 생일날 아이들 여럿에게 돈을 주어 그들이 '공산당 소년단 단체복'을 입고 합창단으로 공산주의 시대의 노래를 생일 잔치에 와서 부릅니다.
알렉스는 어머니가 라디오도 못듣게 하고 텔레비전도 많이 못보게 했지만, 어머니는 우연히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알렉스는 현실을 왜곡시켜 어머니에게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서독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그들은 동독의 공산주의 '지상낙원'에서 살기를 원해 수만명의 서독 사람들이 동독으로 망명하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벨를린 장벽이 무너졌다고 둘러냈습니다.
알렉스는 어머니가 창문으로 바깥 세상을 못보게 하지만, 어느날 어머니는 길건너편에 붙어있는 미국 음료수 코카콜라 광고 간판을 보게 됩니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코카콜라는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서유럽의 상징적인 회사중 하나이기 때문에, 알렉스는 그 광고 간판이 왜 동독에 생겼는지 어머니에게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는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해, 가짜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촬영합니다.
그안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카콜라라는 음료수는 미국인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사실 동독사람이 만든 것이며 따라서 동독이 생산권을 돌려 받아 얼마전부터 코카콜라를 동독에서만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이 역설적인 줄거리덕분에 '레닌과의 이별'이라는 영화는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알렉스는 공산주의 정부 반대운동을 하다가 공산주의 비밀 경찰에게 체포 당한 동독 젊은이이지만,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동독의 악명 높은 독재자들처럼 행동하게 됩니다.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알렉스는 젊고 개방적인 동구권 사람보다 동독의 독재자이던 호네커나 루마니아 독재자이던 차우체스쿠를 닮아야 했습니다.
현재 루마니아는 유럽연합 가입국이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1989년전의 루마니아의 상황은 알렉스의 집안과 비슷했습니다. 주변 나라들은 빠르게 변하고 온세상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지만, 독재자가 언론 검열을 통해 현실을 왜곡시키면서 루마니아 사람들은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못보게하고, 해외 여행도 못하게 하면서 바깥 세상을 바라 볼수 있는 루마니아의 '창문'도 닫아 버렸습니다. 과연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가 빠르게 변하는 오늘날 알렉스는 어머니를 좁고 어두운 집에 가두어 언제까지 바깥 세상을 못보게 할 수 있을까요? 공산주의 체제의 모순을 잘 나타낸 '레닌과의 이별' 영화는 전세계에 남아 있는 독재자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