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개성공업지구에서 제공되는 초코파이와 '즉석라면' 등이 북한 내부로 흘러들어 간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최근에는 특식으로 제공된 끓인 라면까지 집으로 가져가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업지구에서 최고의 인기 간식은 초코파이입니다.
북측 당국의 계속되는 자제 요구에도 남측의 입주 기업들은 여전히 초코파이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노동자 한 명 당 하루 평균 10개씩 지급되고 있으며, 많이 주는 업체는 12~13개도 주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초코파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체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개성공업지구 노동자가 5만3천 명이라고 봤을 때 하루 평균 50만 개의 초코파이가 북한 주민들의 손에 들어가고, 이 중 절반 이상은 북한 내부로 흘러들어 가 장마당 등에서도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제는 한국어로 적힌 초코파이 포장지입니다. 누가 봐도 남측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는 한 남측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여름부터 북측의 요구로 초코파이 지급을 줄이고, 대신 봉지에 담긴 ‘즉석라면’을 주거나 아예 라면을 끓여서 주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노동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간식 제공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또 다른 입주 기업 관계자는 “야근을 하거나 특근할 때 라면을 삶아서 주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돈 있는 입주 기업들은 점심때도 특식으로 라면을 끓여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은 조리된 라면보다는 포장돼 있는 상태의 라면을 더 선호합니다. 초코파이와 마찬가지로 집으로 가져가 생계를 위해 장마당에 내다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노동자들이 끓여준 라면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간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 업체 대표는 “뜨거운 국물만 먹고 면은 그대로 벤또(도시락) 등에 넣어 간다”며 “식량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식구들을 생각해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