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주택거래를 암암리에 중개해주는 중개업자, 일명 거간이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요즘 이사철을 맞아 평양시 선교각이 주택거래 장소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평양 주민 한 모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려면 선교각에 가라'는 말이 날만큼 대동강변에 있는 선교각이 유명해졌다"면서 "이곳에서 주택 정보뿐 아니라, 외환거래, 각종 식당표, 상품구매권도 구할 수 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나 각종 거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가 평양 도심에 있다는 소립니다.
한 씨에 따르면 원래 선교각은 평양시 선교구역에 위치한 국수집이지만, 요즘에는 장사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장소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한 씨는 "봄철을 맞아 새집을 구하거나 집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선교각에 나가면 거간꾼(중개업자)들이 나타나 필요한 정보를 알려준다"면서 "이들은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신사차림으로 서있지만, 주택 정보에 아주 삼빡(아주 밝음)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씨에 따르면 아파트 중개인들은 새집을 구하려는 사람들로부터 원하는 아파트 위치와 방의 개수, 화장실, 전기가 들어오는지, 수돗물이 나오는지를 꼼꼼히 따집니다.
그리고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눈높이에 맞는 집을 찾아 알선해준다는 것입니다. 시내 중심일수록 아파트 가격은 비싸고, 전기나 수돗물이 보장되는 지역 아파트일수록 다른 지역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는 게 한 씨의 설명입니다.
특히 노동당 간부 주택이나, 대남연락소 기관원들이 거주하는 주택지구는 전기가 따로 공급되기 때문에 이 지구 주택 가격은 보통 미화 1만 달러 이상하고, 특히 도난 위험이 없는 3~5층 사이 아파트는 2만 달러까지 줘야 한다는 게 요즘 평양시 주택거래 추세입니다.
또 아파트를 교환하려는 사람들도 선교각을 찾아 필요한 정보를 얻습니다.
예를 들어 3칸짜리 아파트를 내놓고 두 칸짜리로 이사하려는 사람은 웃돈을 요구하고, 대신 큰 집으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은 돈을 더 내는 식입니다.
한 씨는 "아파트 거간꾼들은 매매를 성사시키고, 전체 거래액에서 약 5%를 중개비(수수료)로 뗀다"면서 "원래 아파트는 국가집이기 때문에 개인들끼리 사고팔지 못하지만, 요구자가 너무 많아 암묵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등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유망 직종으로 꼽히는 부동산 업종이 북한에서 암암리에 형성됐다는 소립니다.
평양에서 살다 나온 탈북자들도 "북한이 주택난을 풀기 위해 만수대지구에 아파트를 짓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중앙의 간부들도 '자녀를 세간내려면 돈을 주고 집을 사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만큼 여전히 주택 수요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2000년 들어 선교각 앞에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빈번히 통제를 가해왔습니다.
하지만, 평양에서 나온 한 탈북자는 "이곳 상인들은 당국의 통제가 심할 때는 한동안 뜸해졌다가 다시 모인다"면서 "이들도 큰 품을 들이지 않고 정보만 가지고도 큰돈을 벌 수 있는 부동산 중개업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이곳 상인들이 평양시민에게만 공급되는 각종 식당표나 상품 배정표를 파는 것도 권력층과 결탁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당국이 선교각 암시장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사철’ 평양 부동산 중개업 호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