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적십자 회담에 응한 이유 Q/A]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이틀째 회의가 27일 금강산에서 열렸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그리고 북한이 적십자 회담에 응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0:00 / 0:00

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회담 이틀째였는데요. 쟁점이 뭔가요?

박성우:

네, 핵심 쟁점은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상봉 문제였습니다. 북한은 납북자나 국군포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입장이지요. 그래서 예전엔 이들을 “전쟁 시기 및 그 이후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했고, 상봉자 명단에 '끼워 넣기' 식으로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의 상봉 행사를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런 방식을 좀 바꾸자는 게 남측의 요구입니다. 이걸 당장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자는 건 아닙니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좀 더 비중 있게 논의하자는 의지를 이번 합의문에 담자는 게 남측 요구의 핵심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북측은 어떻게 대응했나요?

박성우: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는 추석에 상봉할 이산가족 문제만 논의하자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는 논의 자체를 피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남측은 이번 추석 상봉에서도 기존 방식대로 이산가족 200명 명단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20명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번 추석 상봉은 1회성 행사로 끝나는 건가요?


박성우:

남측은 정례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최소한 한 차례 더 상봉행사를 갖자, 그리고 내년 설에도 상봉행사를 갖자고 요구했고, 이런 내용을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는 게 남측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측은 ‘이번 회담은 추석 상봉문제만 논의하자’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네, 28일 마지막 회의도 지켜봐야겠군요. 박 기자,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는 이번 적십자 회담은 얼마 만에 재개된 건가요?


박성우:

네, 남북 적십자 간의 대화 통로가 단절된 건 지난해 11월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이뤄진다면, 이건 2007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진행자:

하나하나 짚어보죠. 북측이 적십자사의 대화 통로를 닫은 이유는 뭐였나요?


박성우:

네, 한국이 “6․15와 10․4 선언을 부정”하고 북한에 대한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는 게 북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대화 통로의 단절은 두 가지 단계를 거쳤습니다.

지난 해 3월 26일에 당시 한국의 김태영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 기지 선제타격’ 발언을 합니다. 그러자 북측은 3월 29일 장성급 군사회담 대표가 남측으로 전통문을 보냅니다. 남측이 “발언을 취소하고 사죄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모든 남북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이게 북측이 보낸 첫 번째 경고였고요.

두 번째는 한국이 작년에 UN총회 63차 회의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을 공동으로 제안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북측 적십자 중앙위원회가 11월 12일 성명을 내고, 남측이 결의안을 공동 제안한 걸 “엄중한 사태”라고 표현하면서 “더는 자기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 적십자 연락 대표부를 폐쇄한다”고 선포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주의적 사업마저 완전히 차단하게 된 책임은 전적으로 이명박 패당에게 있다”면서 “앞으로 남북관계의 운명은 남조선 보수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남측이 태도를 바꾼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적십자 회담에 참석한 이유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이 요구한 걸 받아들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김태영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핵 기지 선제타격’ 발언을 취소한 것도 아니고 사죄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문제를 유엔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북 적십자 회담을 재개했습니다. 그 이유를 잠시 들어보시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양무진: 북한이 선제적 행동에 나섰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 왔는데, 그런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속적으로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색 국면이 되었고요. 현재는 남측 정부에 대한 압박을 통해 6․15와 10․4 선언을 이행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6․15와 10․4 선언에 대해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이행에 나섰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성우:

정리를 하자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꿔보겠다는 희망을 북한이 포기한 건 아니라는 거지요. 다만 방법을 바꾼 거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압력만 가했다면, 이젠 스스로 할 수 있는 걸 먼저 제시하고 이걸 이행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한국 정부가 여기에 따라오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양무진 교수의 분석입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남북관계를 최소한 대화 국면으로 돌려놓을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또 제재 국면이 완화돼야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게 한결 수월해 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평양에서 북․중 수교 60주년 행사가 열리죠. 북한은 전통적으로 이런 행사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워낙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선뜻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돌리고, 이어서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렇게 해서 현물이 좀 들어와야 ‘150일 전투’로 시달린 북한 주민들에게 최소한 옥수수라도 제대로 배급할 수 있는 것이고, 이를 통해 내부 결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