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제련소' 준공은 당대표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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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당국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경제성과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미 완공된 공장의 준공식마저 늦추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강도 운흥군에 있는 '8월 제련소'가 대표적인 실례라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5월 중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양강도 현지시찰을 계기로 준공식을 가지려던 '8월 제련소'가 완공된지 넉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조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양강도의 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구리를 제련해내는 8월 제련소'는 지난 4월 복구공사가 완료되었지만 아직까지 준공식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오는 9월에 있을 당대표자회 성과물로 내놓으라는 김정일의 지시 때문에 준공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8월 제련소'는 양강도 운흥군 일건노동자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지면적이 13만 2천평방에 달하고 한때 종업원만 2천여명이 넘었던 대기업이었다고 합니다.

90년대 초반까지 '8월 제련소'는 주변의 혜산청년광산, 갑산동점광산, 운흥8월광산에서 나오는 구리정광들을 처리해 한해 2만 5천톤의 구리와 8만톤의 황산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994년 가을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시기 수많은 공장노동자들이 굶어죽고 굶주림에 처한 노동자들이 기계설비들을 모두 뜯어내 팔아치우면서 단 몇개월 만에 공장은 완전히 폐허처럼 변해버렸습니다.

폐허로 변한 8월 제련소에는 양강도 광업연합기업소 산하 보위대원 8명과 경비원 3명만 지키고 있었을 뿐, 간부도, 직원도 없이 방치돼 오다가 지난 2007년부터 혜산청년광산과 양강도지구 광산들에 대한 복구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새로 공장지배인과 직원들을 뽑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자금이 없어 공장 복구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2009년 5월 22일, 휴식차 양강도를 찾은 김정일이 600만 유로의 자금을 보내주면서 중국산 설비들을 사들여와 공장을 살려냈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4월에 공장복구를 마쳤으나 김정일의 양강도 방문에 맞추기 위해 준공식을 미루어 왔는데 김정일이 당대표자회에 앞서 준공식을 하라고 지시해 지금까지도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무역부분의 한 간부는 8월 제련소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전해 왔습니다. 이 간부는 "8월 제련소는 김정일이 의도적으로 파괴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면서 "워낙 노동자들이 설비들을 많이 뜯어내 생산이 불가능해졌는데 그나마 있던 설비들을 지난 1996년에 모조리 떼어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설비를 뜯어내는 것과 동시에 운흥군 8월광산과 혜산청년광산까지 연결되어 구리정광을 실어 나르던 장거리 삭도까지도 1996년 여름에 모조리 해체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일이 공장을 파괴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 "공장을 폭파시키고 국가보험사(조선국영보험총회사)를 통해 외국보험사에서 보험금을 타내려는 목적이 있었다"며 "1996년 여름에 국가보험사 간부들이 두달간이나 내려와 사진을 찍고 각종 설비문서를 만드는 작업까지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일의 이러한 보험사기 행각은 "정작 실행을 얼마 앞두고 일본 언론을 통해 비밀이 새어나가는 바람에 실패로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사기 계획이 외부세계에 들통 나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공장이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가자면 광산부터 제련소까지 통하는 운반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장거리 삭도를 다시 설치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며 제련소가 준공한다 해도 정광운반 시설이 없어 정상가동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보험 사기행각 마저 불사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