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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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을 보낸 북한 주민들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개혁, 개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농업개혁만큼은 당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 간부들은 물론 지식인들과 주민들의 공통된 견해라는 얘깁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지켜보던 북한 주민들, 특히 지식인들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꼈다고 북한의 한 대학생소식통이 전해왔습니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도 “간부들뿐 아니라 일반 농장원들까지 농업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공연히 논의하고 있다”고 주장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개혁, 개방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진행소식을 들으며 너무도 실망이 컸다”면서 “대부분의 간부들이나 지식인들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개혁, 개방의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학생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 후 100일 동안으로 정해진 ‘애도기간’이 끝나면 김정은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부가 개혁, 개방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 100돌을 앞두고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가 연이어 개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도 개혁, 개방을 위한 선제적 조건으로 헌법 개정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소식통도 “김정은을 최고수위에 올려 세우기 위해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하는 생각은 누구나 꼭 같았다”며 “하지만 제한적이나마 개혁에 대한 논의도 함께 있을 것으로 짐작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새해 첫 전투로 모든 주민들을 거름생산에 동원했고 눈이 녹기 시작하는 2월 중순경이 되면 기관, 기업소별로 거름생산 총화를 엄격히 진행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새해 첫 전투 과제로 예년보다 배가 되는 거름생산과제를 내 준데다 이를 ‘애도기간 사업총화’와 연계시킬 것임을 암시해 모든 주민들이 잔뜩 긴장했습니다.

그러나 1월 중순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내 몰던 거름생산 작업이 1월 말에 접어들면서 이유도 없이 중단돼 주민들 사이에선 곧 농업개혁이 있을 것 이라는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습니다. 농업개혁으로 개인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줄 경우, 거름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소식통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번진 농업개혁에 대한 기대는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절정을 이루었고 기대 밖으로 최고인민회의가 개혁에 대한 아무런 토의도 없이 종결되자 주민들의 반발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함경북도 대학생 소식통은 “개혁, 개방을 안 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젠 누구나 다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그 중에서도 농업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양강도 소식통도 “비록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논하지 못했지만 농업개혁만큼은 올해 중으로 꼭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모든 주민들의 한결같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농사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개인들이 종자를 보관하는 게 아니고 공동으로 보관중이기 때문에 ‘씨붙임(파종)까지 공동으로 한 다음 밭을 개인들에 나누어 준다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해 북한주민들이 농업개혁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는지를 강조했습니다.